“보이지 않는 차별에 서운했다, 후배들은 대우받을 것” 女체육계 새 역사 ‘당구여왕’ 김가영의 울림 있는 메시지 [SS현장]

김용일 2026. 3.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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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14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월드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대회 통산 네 번째 우승에 성공한 뒤 손가락 네 개를 꺼내들며 트로피 앞에서 포즈하고 있다. 사진 | 프로당구협회


사진 | 프로당구협회


[스포츠서울 | 제주=김용일 기자] 명불허전이다. ‘당구여왕’은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2025~2026시즌도 ‘체급 차’를 뽐내며 월드챔피언십 트로피까지 품은 김가영(하나카드)은 방심 없는 행보를 약속하면서 후배를 향한 진심 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김가영은 1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월드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한지은(에스와이)을 세트 스코어 4-1(9-11 11-5 11-7 11-1 11-2) 제압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LPBA투어 통산 18번째 우승이자, 결승전 13연승. ‘적수 없는 1강’ 행보를 지속했다.

김가영은 상금 랭킹 상위 32인이 출전, 시즌 ‘왕중왕전’ 격으로 치르는 월드챔피언십이 출범한 2020~2021시즌부터 한 번도 빠짐 없이 여섯 시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아 이날까지 네 번 우승을 차지했다. 제주에서 열린 2023~2024시즌부터는 3연패를 달성, ‘약속의 땅’이 됐다. 또 우승 상금 1억을 품으면서 LPBA 통산 상금 9억(9억1130만 원)을 돌파, 10억을 바라보게 됐다. 상금 규모가 더 큰 남자부 PBA 선수를 통틀어도 4위에 해당한다.

사진 | 프로당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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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은 한지은에게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부터 상대 심리를 뒤흔드는 노련한 경기 제어와 장타쇼로 손 쉽게 우승 고지를 밟았다. 경기력 뿐아니라 ‘멘탈 싸움’에서도 한지은을 크게 압도했다. 한지은이 준우승 직후 “보스(김가영)는 보스구나 느꼈다”며 “워낙 잘 쳐서 손쓸 방법이 없더라. 멘탈에서 무너져 허무하게 끝났다. 다시는 이런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여겼다”고 말할 정도다.

김가영은 2세트 2이닝 때 보기 드문 타임 파울을 범했다. 그러나 곧바로 3이닝에 장타로 연결하며 무서운 기세를 뽐냈다. 그는 “(타임 파울 상황에서) 그 공에 자신이 없었다. 읽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이가 없더라. ‘아직도 이런 실수 하는구나, 멀었구나’ 생각했다. 사실 어제 (4강전 이후) 오늘 웜업 전까지 좋지 않았다. 용두암 부근에서 바다를 보며 산책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번 결승전은 내게 새롭고 도전이다. 지난시즌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느냐. 이번시즌 게을리 보낸 건 아닌데 수준을 높이지 못한 것 같다. 다시 돌아보고 재정비했다. 결국 꾸준함이 내겐 가장 큰 무기다. 성적이 좋든 안 좋든, 실력이 향상되든 안 되든 내 할 일을 꾸준히 한다”면서 마인드 컨트롤 비법을 언급했다.

김가영은 매번 위기 상황에서 속마음을 읽기 어려운 미소를 보인다. 그리곤 경기 흐름을 뒤집을 때가 많다. 이날도 그랬다. 그는 “힘들수록 재미있게 치자는 의미가 있다. 좋아도 나쁠 때가 있지 않느냐. 반면 나빠도 좋아질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부정적인 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조심스러운 건데, 앞으로 다른 에너지로 바꿔 쓰려고 한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 | 프로당구협회


포켓 최정상 선수에서 3쿠션으로 전업하고도 LPBA를 지배하는 김가영의 배경엔 ‘진짜 프로’의 삶은 이르게 터득한 것과 맞닿아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포켓으로 당구에 입문한 그는 10대 시절 국내 무대를 접수하고, 고교 졸업 이후 대만 무대를 거쳐 ‘포켓의 본고장’ 미국까지 진출했다. 세 차례 세계선수권(2004 2006 2012년) 우승, 두 차례 아시안게임 은메달(2006 2010년) 등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또 포켓 역사상 최초로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국내에서 시스템이 마련되기 전 ‘맨땅이 헤딩’하듯 도전적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그 결과 남다른 기본기와 자기 관리로 3쿠션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1인자가 됐다. LPBA를 통해 프로의 생리를 이제 갓 익히는 이들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그가 최근 당구 선수는 물론, 비올림픽 종목 선수로는 처음으로 여성 체육인 최고 권위의 상인 윤곡 김운용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윤곡상) 대상을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여자 당구는 김가영을 중심으로 새 시대를 열고 있다.

사진 | 프로당구협회


김가영은 “(윤곡상은) 가장 받고 싶은 상이었다. 올해로 당구 선수 생활한 지 30년이다. 1997년부터 선수 생활했다. 얼마나 많은 환경의 변화를 봤겠느냐”며 “여자 당구 선수로 미국에 가 프로 생활했다. 아시안게임 등에 참가했다. 다만 나도 운동 선수인데 보이지 않게 (체육계에서) 차별받아 아쉽고 서운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내가 할 일은 선수로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거였다. 그것들이 한순간에 모였다. 윤곡상을 받으면서 당구가 진짜 스포츠로 거듭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은 대우받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김가영과 한지은. 사진 | 프로당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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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향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뭐니 뭐니 해도 경험이다. 어린 친구들과 비교해서 난 결승전, 큰 대회 경험이 많다. 나도 (과거에) 많이 무너져봤다. 2등도 많이 했다”며 “(프로는) 환경이 다르다. 관중도 많고 음악도 나오고, 어수선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안 해본 사람이 몰입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언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너무 완벽하기 보다 유연한 게 좋다. 나도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유연함이 있으면 수월하더라”고 말했다.

김가영은 다시 새 시즌을 바라본다. LPBA 통산 20회 우승, 누적 상금 10억 돌파를 넘어 후배들과 투어의 질적 성장도 그린다. 2026~2027시즌이 벌써 기다려진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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