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혼돈에 빠진 메가 스포츠 중계권 논의, 모호한 '보편적 시청권'에 갇혀 산으로 가나?

이성필 기자 2026. 3.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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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동계올림픽은 국민적 관심사의 스포츠 이벤트로 분류된다. ⓒ연합뉴스
▲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동계올림픽은 국민적 관심사의 스포츠 이벤트로 분류된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달여 앞뒀던 지난 1월 초,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한 언론사 미디어 담당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대뜸 "스포티비(SPOTV)도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사에 들어가느냐. 그런 정보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이하 방미통위)회 내부자를 통해 들었다"라는 것이다.

제이티비시(JTBC)가 올림픽과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뒤 재판매를 시도하면서 언론계에서는 온갖 소문이 돌았지만, 어디까지나 종합편성채널과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으로 구성된 지상파 3사 사이의 일이라 여겼기에 다소 황당한 이야기였다.

당시 지상파는 올림픽 중계권 재구매 협상에서 사실상 포기한 시점, 시선은 월드컵으로 쏠려 있었다. 32개국 체제였던 이전 대회와 달리 북중미 대회부터는 48개국 체제라 경기 수도 많고 중계권료가 자연스럽게 올라 단일 매체가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규모였던 것도 사실이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놓고 벌어지는 치킨 게임

지상파 3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JTBC가 판매하려는 금액은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한 고위 관계자는 "JTBC가 제시한 금액대로 구매하면 최소 200억 이상 적자다. 사자마자 적자를 보는 중계권이 어디에 있나. 수신료의 가치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따져봐도 말이 안되는 구매"라고 강조했다.

MBC나 SBS도 마찬가지, 한국 대표팀이 32강도 아니고 16강에는 진출해야 적자를 겨우 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띈 지상파의 책무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월드컵 중계권을 구매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여러 플랫폼의 등장에 따른 방송 광고 시장의 둔화에 프라임 타임으로 불리는 저녁 시간대가 아닌 오전 시간대 경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기는 매한가지다.

지상파가 큰 고민을 하는 상황에서 스포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방송사가 덜컥 단일 기간에 열리는 거대 대회인 월드컵 중계권을 구매하기에는 상당한 고민이 따른다. 프로 스포츠가 열리는 경기장들이 손실 최소화를 위해 영업 일수를 늘리는 것을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양측이 계속 밀고 당기기를 하고 정부가 강제 개입하려는 자세에 대해 상당수 국민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월드컵 후 일본에서 이어지는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은 중계권을 보유한 스포티비가 일찌감치 지상파 3사와 종편 1개사에 재판매, 보편적 시청권에 문제가 될 일은 없다.

일단 일련의 상황은 이전 정부 시절 국회나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왔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민의 힘 소속 한 의원과 대통령실에서는 경기장에 현장 관전을 쉽게 하지 못하고 유료 플랫폼이 아닌 지상파 3사와 교육방송(EBS)만 볼 수 있는 고령 또는 시청 취약층을 위해 방송발전기금 등을 활용, 스포츠 중계권 구매를 지원해 지상파를 통한 중계를 타진할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는 돈을 지불해 보는 유료 방송이나 위성 방송(스카이라이프), 디지털케이블(T-브로드, HCN 등), IPTV(SKB, KT, LGU+), OTT 등 뉴미디어 접근권이 취약한 계층을 위한 일종의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정책이었다.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웨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OTT의 흐름에 맞물려 스포츠도 같은 방식으로 유료 콘텐츠를 늘리던 매체들에는 좋지 않은 일이었다. 미국, 유럽 등 서구에 보편화된 흐름을 한국만 거스르는 격인 셈이다.

▲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JTBC 독점 중계였다. ⓒ연합뉴스
▲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JTBC 독점 중계였다. ⓒ연합뉴스
▲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JTBC 독점 중계였다. ⓒ연합뉴스

유료 방송 가입 가구 96.5%, '보편적 시청권' 명분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3.5%

그래서 2025년 12월, 방미통위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함께 발표한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는 중요한 참고 자료다. 당시 방미통위는 그해 6월 16일부터 9월 5일 사이, 전국 5,566가구에 거주하는 만 13세 이상 남녀 가구원 8,32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목할 부분은 유료 방송 가입 가구는 96.5%였다. 지상파만 가입된 가구는 3.5%였다. 국내 전체 가구 수는 행정안전부 2025년 12월 통계를 기준으로 2,400만 안팎이다. 방미통위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전체 가구 수로 확대한다면 약 80~85만 가구가 지상파 3사, 교육 방송만 수신 중인 것이다.

올림픽 기간 벌어졌던 보편적 시청권 논쟁에서 JTBC는 매체 도달률(=가시청 가구)이 97%라고 발표했다. 수치가 조금 달라도 유료 방송 가입 가구 96.5%와 거의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는 IPTV 등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티비나 다른 매체도 JTBC의 97%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

통상 과거에는 지상파-교육방송 수신 가구는 저소득층 또는 농-산-어촌의 고령 인구에만 해당했지만, 플랫폼 발달과 TV 수상기를 아예 구매하지 않는 1인 가구까지 고려한다면 더 많을 수 있다.

매체 이용률에서 TV 수상기는 88.0%였지만,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보는 스마트폰은 93.8%였다. 이는 이미 통신 3사에 요금을 내고 포털 사이트나 OTT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이 분명하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주 5회 이상의 매체 이용 빈도도 스마트폰이 92.0%로 70.9%의 TV를 월등하게 앞섰다.

매체 중요도에서도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매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마트폰이 74.9%였고 TV 수사기는 23.0%에 불과했다. 특히 세대로 구분하면 10대는 95.0%, 20대 95.1%, 30대 92.4%로 월등하게 스마트폰이 앞섰다. 40대도 89.1%, 50대 78.4%로 역시 TV에 절대 우위였다. 60대 59.5%였고 70대만 TV가 71.5%로 27.1%의 스마트폰에 앞섰다.

더 주목할 부분은 OTT 시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OTT 이용률은 2023년 77.0%에서 2024년 79.2%, 2025년 81.8%로 지속 증가세였다. 특히 연령별로 40대 이하의 96% 이상이 OTT를 이용하고 있고, 40대 이상의 OTT 이용률도 증가 중이라는 점이다. 이용기기 역시 스마트폰이 83.6%, TV 36.4% 순이었다.

월 이용 요금의 경우 1만2천 원에서 1만5천 원 미만이 17.2%, 9천원~1만2천원 미만이 17.1%, 5천 원~9천 원 미만 13.3% 순이었다. 연예 콘텐츠가 66.3%로 가장 많이 이용됐고 드라마(52.4%), 뉴스(35.1%), 스포츠(30.3%), 생활 정보(21.9%) 순이었다. 즉 97%의 가구는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에 접근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편적 시청권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으로 이어진다. 스포티비만 하더라도 몇 년 전 미국프로야구(MLB),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을 독점 중계한다며 비판받았다. 국회에서는 류현진, 손흥민 등의 경기도 보편적 시청권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며 유료 중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위 선양하는 선수가 잘하니 이는 보편적 시청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그 사이 상황은 또 달려졌고, 환경도 변화했다. 시청자들은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비용이라면 능동적으로 지불하겠다는 의지를 통신료나 OTT 이용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대형 콘텐츠를 확보한 뒤 구독료를 올린 일부 OTT가 비판받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국민적 관심 크고 모두가 시청할 권리가 있는 스포츠 이벤트(주로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WBC 등)의 성격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방송법 제2조에서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 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만 정의했다.

▲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메달권과 격차를 줄였던 차준환.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은 동계 올림픽 선수단 격려 자리에서 "국민의 더 많은 관심 속에 응원을 받으며 국제 무대에 설 수 있게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라고 한 바 있다. ⓒ연합뉴스

콘텐츠 비용 지불 보편화 중, 폭등하는 중계권료에 세금 지원이라도 해줄 것인가?

과거 방송사 간 독점 콘텐츠 확보로 인해 2007년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처음 도입됐고, 이는 지상파 3사의 '코리안 풀(Korean pool) 형성의 모태가 됐다. 2010 동계올림픽,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SBS의 독점 중계로 연합체가 깨졌고, 정부가 2011년 개입해 보편적 시청권 세부 기준을 정해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등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연구진은 지난 2024년 12월 방통위를 통해 '해외 보편적 시청권 보장 제도 분석 및 국내 제도 발전 방안 연구'에서 "대다수 국민은 유료방송을 통해 시청하는 채널들의 경우, 별도 금액을 추가 지불하는 '유료채널'이 아닌 이상 무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인식일 뿐, 실제로는 지상파 직수신이 아닌 이상 월 수신료를 내고 시청해야 한다. 이로 인해, 보편적 시청권이 의미하는 ‘일반 국민이 보편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관심행사를 ’무료‘로 시청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렴한 가격으로 시청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호해졌다"라며 일찌감치 이번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예측한 바 있다.

무엇보다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대회 지정은 있어도 지극히 관념적인 개념일 뿐 미디어 환경 변화를 확실하게 녹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1년 3개월이 지난 뒤 동계 올림픽 기간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 세미나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언론학 학자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거액을 내주며 콘텐츠를 가져와 손해를 보는 장사는 결과적으로 시청자나 국내 미디어 시장에도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의 8강 탈락으로 끝난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경우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 코리아 기준 SBS 5.1%, MBC 4.1%, KBS 3.2% 순이었다. 3사 총합 12.4%는 '대표팀'이라는 콘텐츠가 여전히 관심 받는 수치임을 말해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로 동계 올림픽 선수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어러분이 국민의 더 많은 관심 속에 응원받으며 국제 무대에 설 수 있게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라고 한 것은 예전보다 관심이 떨어지는 올림픽 등 메가 이벤트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더는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지상파를 통해 무조건 올림픽, 월드컵을 보게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의 경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의 현실화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100%의 시청자(=국민)의 채널 선택권을 강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미디어 환경의 다양성, 자율성과 시장 질서를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적자'를 누가 보전해 줄 것인가라는 또 다른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렇다.

또, KBS만 생중계한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도 '차이'를 없애려면 보편적 시청권 안에 넣어 거대 방송사들이 중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도 대답해야 한다. 단순히 시늉만 한다면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이해되는 이유다.

결국, 3%~3.5% 사이의 비지상파 미도달률을 놓고 벌이는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수싸움의 전제는 달라진 시청 행태와 콘텐츠에 대한 가치 판단을 수용자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를 확실하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과 그에 따른 합리적 결과 도출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해가 갈수록 더 복잡한 환경에 요동치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을 담보하기 위해 모든 스포츠 콘텐츠 중계권료에 국가 세금이라도 지원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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