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러브콜’에도…김정은, 미사일 무력시위

전혼잎 2026. 3.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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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600㎜방사포 10여발 타격 훈련”
420㎞ 사거리 강조, 대남 공격용 과시
트럼프 만난 김민석 “대화 의향 강력”
13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13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미국이나 나와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며 자신의 의견을 물었다고 밝혔다. 프린스조지스 카운티=AP 연합뉴스

북한이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600㎜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북미 대화를 위한 ‘러브콜’을 보낸 지 하루 만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비롯한 주한미군 핵심 자산의 중동 반출 정황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뤄진 도발로 한반도 대공 방어망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전날 열린 타격 훈련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이 훈련이 우리에 대한 적대심을 가진 세력, 즉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는 불안과 전술핵무기의 파괴적인 위력 상에 대한 깊은 파악을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보도했다. 전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상 탄도미사일 10여 발이 약 350㎞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는데, 통신은 방사포탄이 364.4㎞ 거리의 동해 섬 목표물을 “100% 명중률로 강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420㎞ 사거리에는 평양 인근에서 발사할 경우 우리 군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비롯한 남한 대부분이 들어간다. 김 위원장은 사거리뿐 아니라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남 위협에 나섰다.


FS훈련 대응 차원...美자산 이동 테스트 의도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북한군 서부지구 장거리포병구분대의 600mm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또 “훈련에는 600㎜ 초정밀다연장방사포 12문과 2개의 포병중대가 동원됐다”고 전했다. 단 한번의 투사로 총 60발의 탄도미사일급 포탄의 발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한 번에 발사했고, 훈련 영상을 통해 발사 차량에서 발사대가 1분 이내 직립해 포탄을 쏘고 이동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를 “한국 킬 체인 무력화를 시도하는 ‘쏘고 빠지기’ 전술”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타격 훈련이 9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고 봤다. 다만 패트리엇(PAC-3)과 사드 일부 체계 등 미국 군사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한반도 방공망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시점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시점에서 이뤄진 북한의 대남 타격 능력 과시는 "미군의 장비 이동에 따른 대비 태세를 실전 테스트하는 의도"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대북 방어태세에 문제가 없다”라는 정부 입장에도 방공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사무총장은 “적은 날카로워지는데 우리의 방어는 믿음을 못 주고 있다”면서 “국산 방공 무기뿐 아니라 미국이 개발 중인 활공단계요격체계 같은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만남 시기는 안 따져”

김민석(왼쪽) 국무총리가 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접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보인 직후 훈련을 강행한 만큼, 이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미국이나 나와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며 자신의 의견을 물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등 한미관계 현안 논의 차 12일 미국을 찾았고, 13일 백악관 회의실에서 신앙사무국 국장인 폴라 화이트 목사와 회동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약 20분간 깜짝 면담을 가졌다.

김 총리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은 강력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참 좋다. 그런데 그게 중국에 가는(3월 말 미중 정상회담) 시기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표현을 트럼프 대통령이 썼다고 김 총리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 2019년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 판문점 등에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다.

김 총리는 “시기 문제가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만남의) 시기가 빠르거나 중국 방문과 연계된 시기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꼭 그게 아니어도 본질적으로 대화나 접촉이 진행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고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문제가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높냐 아니냐는 제가 알 수 없지만 관심의 영역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방사포 훈련의) 우선 목적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핵이 없는) 이란과 다르다’는 메시지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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