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수장된 수학교육학자 “비주류 출신의 창조적 혁신 보여 줄 것”
과총 최연소·두번째 여성 수장
“낡고 견고한 장벽 무너트리고
다름이 힘 되는 생태계 만들것”
![[이승환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mk/20260316061807680zziw.jpg)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의 60년 역사에 새로운 물길이 열렸다. 지난 9일 취임식을 하고 제22대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권오남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65)가 그 주인공이다. 과총 사상 최초의 현직 교수 출신이자 최연소이며 역대 두 번째 여성 수장이다.
권 신임 회장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현직 교수로서 지금도 강단에 서고 연구실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연구 현장의 온도와 청년 과학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가깝고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며 “낡은 관행과 중심부의 견고한 벽을 허물고 변방의 작은 목소리까지 하나로 엮어내는 ‘공명(共鳴)’의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 다양성은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과학계가 한 단계 스케일업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필수 생존 전략”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권 회장은 13년 전 한국수학교육학회 대표로 선출직 이사로 선출되면서 과총의 문턱을 처음 넘었다. 당시 이사회 내에 몇 안 되는 젊은 여성이었던 그는 원로 중심의 전통적 네트워크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현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여성 이사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번 제22대 회장단에는 임원 88명 중 여성 비율을 25%까지 늘렸다”며 “과거 중앙과 남성 중심이었던 과총에 지역과 청년, 여성 인재를 적극 등용해 현장의 역동성을 불어넣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과총의 새로운 비전을 화학의 ‘벤젠고리’에 비유했다. 벤젠의 육각형 고리에서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이 서로 경쟁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다름이 함께할 때 가장 견고한 구조가 되듯, 604개에 달하는 과총 회원 단체들이 규모나 학문 분야에 상관없이 서로 융합하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권오남 신임 과총 회장이 9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mk/20260316110903682fdvy.png)
글로벌 무대에서 권 회장은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왔다. 그는 작년부터 백인 남성 중심의 주류 학계를 뚫고 아시아 여성 최초로 세계수학교육심리학회(PME)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 회장은 몸소 부딪히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과총 차원의 ‘글로벌 리더십 지원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그는 “미국의 선진 대학들이 자교 교수의 국제 학회 임원 출마를 조직적으로 돕는 것처럼,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단순한 국제학회 참가자를 넘어 글로벌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실질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중과의 과학 소통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가짜뉴스와 비과학적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과총이 ‘진실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대형 산불 당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보가 빠르게 퍼졌을 때, 전문가 집단이 신속하게 균형 잡힌 팩트를 제공했다면 국민 불안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자들이 정치적 오해를 우려해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술 활동 평가 시 대중 소통 기여도를 가점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과총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해 권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 정책 생크탱크’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1966년 과총 창립 당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종합연구기관 하나 없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처음 문을 열었다”며 “6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13%로 세계 2위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다음 60년의 질문은 예산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mk/20260316061810353tnhh.jpg)
그는 매주 15㎞를 꾸준히 달리는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그는 “풀코스를 뛸 때 ‘30㎞의 벽’이라는 한계가 찾아온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 나를 다시 뛰게 만드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옆에서 묵묵히 함께 달리는 동료의 발소리”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 혼자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500만 과학기술인 모두가 동료의 발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멀리 가는 3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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