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망 ‘구멍’ 뚫렸나…ASF 역대 최대·AI 1000만마리 살처분
돼지 혈액 사료·구제역 백신 누락 등 방역 허점 논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한 돼지농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ned/20260316061700814ecrb.jpg)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이른바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에 확산하면서 국내 가축 방역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살처분 규모가 급증하며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등 축산물 물가까지 자극하고 있어 방역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고병원성 AI, ASF, 구제역은 모두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정부는 특별방역 대책 기간도 이달까지 한 달 연장했다.
세 질병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국제 교역 피해가 큰 A급 전염병으로 분류한 대표적인 가축전염병이다. 국내에서도 모두 제1종 가축전염병에 해당한다.
특히 올해 ASF 확산세는 역대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발생 건수는 아직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22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와 2024년 두 해 동안 발생한 17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2019년 국내 첫 발생 이후 7년간 평균 발생 건수(연평균 7.9건)와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고병원성 AI도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5~2026년 동절기 동안 국내 가금농장 발생 건수는 5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2023년(32건)과 2024~2025년(49건)을 모두 웃도는 규모다.
이달에도 경기·충남·전북·경북 등 4개 도의 가금농장에서 추가 발생이 이어졌다. 지난 13일에는 전국 최대 산란계 사육 지역 중 하나인 경기 포천의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구제역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23년 11건이던 발생 건수는 지난해 19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인천 강화군과 경기 고양시 등에서 3건이 확인됐다. 구제역은 소와 돼지, 양, 염소 등 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이다.
이처럼 세 질병이 동시에 확산하는 상황은 과거에는 드물었다. ASF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2019년 이후 2024년까지는 이런 동시 발생 사례가 없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3대 전염병이 동시에 발생했다.
수의학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수의학자는 “OECD 국가 가운데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에 확산하는 사례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살처분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AI로 인해 살처분된 산란계는 980만마리를 넘어 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ASF로 인한 돼지 살처분도 올해만 15만마리를 넘었다. 지난해 한 해 살처분 규모(3만4000마리)의 4배 이상이다.
가축 전염병 확산은 곧바로 물가로 이어지고 있다.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6% 상승했다.
방역 체계의 허점도 잇따라 지적되고 있다. 최근 국내 도축장에서 나온 돼지 혈액을 원료로 사용한 사료에서 ASF 유전자형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감염된 돼지 혈액이 사료에 섞였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방역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축 질병 관련 장관 주재 회의가 두 차례에 불과하다”며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인식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방역 관리 부실을 지적한다. 김재홍 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장은 “감염된 혈액이 사료에 포함되지 않도록 검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제역의 경우 백신 접종 누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발생 농장의 항체 양성률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았는데, 이는 연 2회 의무인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대형 농장의 경우 백신 접종을 농가에 맡기고 방역 당국이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I 대응 방식도 논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살처분 중심 정책 대신 백신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2024~2025년 동절기부터 예방적 살처분을 사실상 중단한 것이 AI 확산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백신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와 ASF 백신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제 교역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축전염병 확산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우 수출 확대 전략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 구제역 발생 국가로 분류되면 일부 국가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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