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의 오디세이] '완성형 선수'라던 알카라스가 메드베데프에 진 이유

"나는 완성형 선수(complete player)다."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가 지난 2월1일 2026 호주오픈(AO)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38·세르비아)를 누르고 최연소(22세272일)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한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자신이 클레이코트(롤랑가로스)와 잔디코트(윔블던)는 물론, 하드코트(호주오픈과 US오픈) 등 각기 다른 환경의 코트에서 모두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백핸드 스트로크, 드롭샷, 발리, 슬라이스 등 거의 모든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늘 준비돼 있고, 누구와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 그가 15일(현지시간) '인디언 웰스 ATP 마스터스 1000'(BNP 파리바오픈) 단식 4강전에서 11위 다닐 메드베데프(30·러시아)에게 무기력하게 3-6, 6-7(3-7)로 무너졌습니다.
시즌 16연승(호주오픈과 도하 ATP 500 우승)을 구가하며 코트 안팎에서 웃음을 잃지 않던 알카라스였기에 이번 패배는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성기 때를 연상시키는 메드베데프의 놀라운 경기력을 더 높게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ATP 투어도 메드베데프가 이날 "공격적인 샷메이킹으로 경기를 지배했으며,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했습니다.
실제 그는 1m98의 큰 키를 이용한 폭발적인 서브로 알카라스를 무력화시켰고, 베이스 라인에서의 폭넓은 코트 커버 능력(수비)으로 알카라스의 샷을 받아냈습니다.
특히 2세트에서 두차례 세트포인트 위기에 몰렸으나 침착함으로 이를 극복해냈습니다. 게임스코어 6-6 타이브레이크에서는 6-1로까지 앞서 나갔고, 6-3 상황에서 강력한 서브 에이스를 T-존에 꽂아넣으며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알카라스는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가 공격적으로 플레이한 것이 나를 좀 놀라게 했던 것 같다. 그 방식과 수준이 많이 놀라게 했다"면서 "실수를 전혀 하지 않거나, 적어도 내가 예상했던 것만큼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척 까다로웠다"고 털어놨습니다.
특히 그는 "(코트) 환경이 완전히 달랐다. 공이 정말, 정말 높게 튀어 올랐다. 내가 서브를 넣고 나면 그가 항상 좋은 리턴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패싱샷을 하거나, 내가 나쁜 위치에서 발리를 하도록 공간을 항상 찾아내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4강전을 통해 알카라스는 자신이 거의 모든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강한 완성형 선수라 해도, 여전히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사실 '완벽한 선수'(perfect player) 혹은 '무결점 선수'는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세계 최고, 난공불락의 경지라 해도, 테니스 로봇이나 머신이 아닌 이상 가끔 한번씩은 뼈아픈 패배를 당하는 법입니다.
알카라스는 '사람들이 매 경기 당신이 계속 이기길 기대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 피곤하거나,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고 답했습니다. "내가 이길 필요가 있다거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목표를 추구하고, 매 대회에 앞서 내가 세팅한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뿐이다. 그게 나의 마음가짐이다"고 했습니다.
이번 패배는 알카라스한테는 큰 교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이고, 코트 밖에서의 자유분방함도 좋지만 자칫 방심했다가는 언제든 자신을 노리는 상대에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겁니다.
알카라스는 18일 시작되는 마이애미 ATP 마스터스 1000 시리즈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지난해 2라운드에서 당시 랭킹 55위이던 다비드 고팽(벨기에)에게 7-5, 4-6, 3-6으로 패해 조기 탈락한 대회입니다. 당시 19세로 랭킹 54위이던 야쿠브 멘시크(체코)가 5위이던 조코비치를 7-6(7-4), 7-6(7-4)으로 누르고 생애 첫 ATP 투어 타이틀을 차지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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