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년 만에 살아난 불씨…들불축제는 생태축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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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액운은 다 물러가고 행복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제 불을 밝힙니다. 불이여 모두의 희망을 싣고 힘차게 타올라라."
이에 대해 김순애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제주시가 흥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시각적인 자극 요소인 불 놓기에 집착하고 있다"며 "원탁회의가 권고한 생태축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쓰레기가 아예 없거나, 문명 없이 새별오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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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액운은 다 물러가고 행복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제 불을 밝힙니다. 불이여 모두의 희망을 싣고 힘차게 타올라라.”
어둠이 내려앉은 지난 14일 저녁 7시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김완근 제주시장의 점화 선언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달집’(정월대보름에 태우는 모닥불 구조물)이 활활 타올랐다. ‘대입 대박’, ‘우리 가족 건강하자’, ‘로또 되게 해주세요’라며 소원을 비는 종이도 불길에 휩싸였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달집 위로 화려한 불꽃이 팡팡 터졌다.

이날 달집태우기와 함께 이틀간의 ‘2026 제주들불축제’(예산 17억원)도 끝이 났다. 불을 주제로 하는 제주들불축제에서 불씨가 되살아난 건 5년 만이다. 1997년 시작된 들불축제는 중산간(해발 200~600m) 마을에서 불을 놓아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관광상품이다. 해발 519m의 새별오름 한 면을 불태우는 장면을 보려고 매년 20만~30만명이 축제를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 당시인 2021년 오름 태우기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뒤 불 놓기는 중단됐다. 2022~2023년에는 전국적인 산불 재난으로 불 놓기 행사가 취소됐다. 근본적인 물음도 나왔다. 오름을 태우는 들불축제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늘리고, 산림보호법도 위반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지난해 축제를 주최하는 제주시는 디지털로 불을 놓는 들불축제를 열었다. 2023년 9월 제주녹색당과 도민의 청구에 따라 구성된 ‘숙의형 원탁회의’가 권고한 ‘탄소배출 저감과 생명체 가치 존중을 위한 대안’ 마련을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불 없는 들불축제는 1년 만에 끝났다. 올해는 오름 대신 대형 달집 2개와 중형 달집 8개를 태우기로 한 것이다. 약 100개의 횃불도 등장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전통이 없어져서는 안 되고, 합법적인 틀에서 (불 놓기가)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의회에서 나왔다”며 “현대적인 기술과 전통을 조화롭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순애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제주시가 흥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시각적인 자극 요소인 불 놓기에 집착하고 있다”며 “원탁회의가 권고한 생태축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쓰레기가 아예 없거나, 문명 없이 새별오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무리하게 되살린 불 놓기는 이날 실패했다.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가까운 풀밭에 옮겨붙을 수 있다고 판단한 소방당국과 자치경찰단은 달집을 1개만 태우기로 결정했다. 제주 지역에는 이미 지난 6일 ‘봄철 들불 안전사고 주의보’가 내려졌는데도, 제주시가 행사를 밀어붙였다가 축소한 결과를 낳았다. 40대 도민 안아무개씨는 “불을 보며 소원을 빌고 액운도 쫓으려고 왔는데 갑자기 달집을 하나만 태워서 아쉽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식물의 터전인 오름 위로 막대한 탄소와 화학물질을 뿜어내는 불꽃놀이도 생태축제와는 거리가 멀다. 김 위원장은 “화약을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는 돈도 많이 들고, 달집태우기보다 더 생태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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