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청소, 사랑 없인 못할 일이죠 [6411의 목소리]


김명심 | 학교 청소노동자
철물 장사를 25년 했다. 두 아들을 장가보내고 나니 어느새 나 혼자였다. 기초연금을 받을 나이 예순다섯, 장사를 접고 나서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막막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생활정보지 속 ‘청소’라는 일이었다.
처음엔 청소라고 하면 빗자루 들고 쓸고 걸레로 닦으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청소도 경력이 있어야 했다. 칠순이 다 된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골라 할 처지도 아니었고, 기술 없는 내게 마땅한 선택지는 없었다. 다행히 가게 청소를 했던 것을 경력으로 인정받아 아파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 단지에 청소 요원이 100여명이었고 한 동을 한 사람이 담당했다. 복도와 계단, 재활용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그래도 할 만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들어오는 민원은 견디기 힘들었다. 계단의 담배꽁초나 배설물을 치우라는 민원이 들어오면 36층부터 지하까지 샅샅이 뒤져야 했다. 아무리 깨끗이 해도 “청소를 개판으로 한다”는 민원을 날마다 들어야 하는 일은 감당하기 버거웠다. 결국 3개월 만에 아파트 청소를 그만두고 초등학교 청소 일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째다.
학교 청소를 하며 청소는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 힘든 건 아이들이 대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아 냄새나는 오물을 치우는 일이었다. 입사했을 때 동료 언니는 “가장 힘든 건 대변 냄새를 참고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개똥이나 고양이 똥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웃었지만 현실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오전 청소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면 시래기된장국만 보아도 변기가 떠올라 한달 정도는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 청소라고 하면 쓸고 닦는 일쯤으로 여겼지 이런 일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돈을 번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몇번이나 그만두려 했지만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칠순의 나이에 이런 일도 견디지 못하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게 맞는 일을 찾기보다 주어진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내 몸을 맞춰보자고 마음먹었다. 열심히 쓸고 닦으며 대변기 물을 힘껏 내렸다. ‘쑹!’ 하고 내려가는 물소리를 들으면 묵은 감정과 냄새까지 함께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내 손자 손녀의 대변이라 생각하고 학생들을 사랑하기로 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울렁거림과 독한 냄새가 고향의 향기로 변했다. 지금은 변기를 내 집 세면대 닦듯 빛이 나게 닦는다. 아이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애쓴다. 그런데 견디기 힘든 건 때때로 학부모의 민원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다. 화장실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으면 맥이 탁 풀린다. 화장실은 안방이 아니다. 수백명의 아이가 사용하고 세제를 쓰는데 꽃향기가 날 수는 없다. 학부모는 아이들이 물을 내리지 않는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부리는 곳에는 갑질이 따라붙는 것 같다.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에서 아이들 개개인의 볼일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1층부터 5층까지 변기 80개를 두 사람이 닦아야 하고, 계단부터 유리창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900명이 되는 학생들이 뛰노는 학교에서 청소만 한다고 깨끗함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화장지 한 롤을 풀어 소변기 구멍을 막아놓는 장난도 잦다. 그로 인해 바닥이 소변으로 가득해지기도 한다. 선생님들께 화장실 사용 교육을 부탁해도 돌아오는 하소연은 비슷하다. “집에서도 걸레 안 드는 아이를 왜 학교에서 청소시키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두려워 주의를 자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 대변기 사용이 서툴러 울고 있는 1학년 아이들이나 옷에 실수를 한 아이들을 도와줄 때다. 요즘 어린이들은 할머니와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나를 잘 따른다. 어떤 아이는 내가 옆에 있어야 똥이 나온다며 볼일을 다 볼 때까지 곁에 있게 한다. 냄새는 나지만 내 손자라고 생각하면 그저 예쁘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1학년 교실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청소 할머니를 찾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날마다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늘 초등학생에 머문다. 모든 일에는 사랑이 필요하겠지만 초등학교 청소는 특히 그렇다. 청소는 아무리 깨끗이 해도 돌아서면 다시 더러워진다. 그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말없이 이 일을 한다.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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