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했으면 한화가 1등을…" 엄상백 심경고백, KS 엔트리 탈락 수모 어떻게 받아들였나

윤욱재 기자 2026. 3. 16.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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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백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대전, 윤욱재 기자] 지난 해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한화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지만 엄상백(30)의 표정에서는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엄상백은 KT 시절이던 2024년 개인 최다인 13승을 거두고 화려하게 FA 시장을 두드렸다. 마침내 한화와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하며 '초대박'을 터뜨린 엄상백은 한화 선발투수진을 이끌어갈 핵심 자원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결과는 28경기 80⅔이닝 2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로 처참했다.

정규시즌 막판에는 불펜투수로 변신, 플레이오프의 히든카드로 기대를 모았지만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구원투수로 나와 홈런 1개를 맞는 등 ⅔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에 그치며 반전 드라마를 쓰지 못했다.

한화는 삼성을 제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으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엄상백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투구를 보인 엄상백을 과감하게 제외한 것이다.

동료들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장면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엄상백. 그는 현실을 인정했고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과연 올해는 다를까. 일단 시작은 좋다. 엄상백은 1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선발투수 문동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증명했다. 탈삼진은 1개를 수확했고 사사구를 1개도 내주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었다.

경기 후 엄상백은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섰다. "어쨌든 시범경기이고 이제 타자들도 감을 잡는 시기다. 나도 아직 컨디션이 다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 정규시즌에서도 잘 하고 좋은 인터뷰를 하고 싶다"라는 엄상백.

"원래 내 성격이 '그냥 하자'라는 마인드였다. 팀을 처음 옮기면서 나에게 많은 시선이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과하게 의식한 것 같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더 잘 하려고 했고, 더 안 맞으려고 했다. 볼넷도 주지 않으려고 하니까 더 볼넷을 많이 주게 되더라.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 거듭됐다"라고 지난 시즌 부진을 돌아본 엄상백은 "올해는 내면적으로 성장도 많이 하면서 나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올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 엄상백 ⓒ한화 이글스
▲ 엄상백 ⓒ한화 이글스

지난 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탈락했을 때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엄상백은 "인정했다"라면서 "내가 가장 좋지 않았다. 지금도 나에게 정해진 자리는 딱히 없다. 작년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졌을 때도 솔직히 인정했고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이제 작년처럼 안 좋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올해 열심히 준비했고 후회 없이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멀리서나마 한국시리즈를 뛰고 있는 동료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선수들 응원을 많이 했다"라며 "사실 나 때문에 팀이 2등을 했다고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다. 당연히 내가 더 잘 했으면 팀이 1등을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내가 이 팀에 있는 기간은 아직 길게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FA 이적 첫 시즌에 야구 인생 최대 시련을 겪은 그는 남들보다 빠르게 올 시즌 준비에 나섰고 그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고영표, 이태양 등 절친한 선수들과 함께 제주도 미니캠프에 참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원래 미니캠프를 잘 가지 않는 편"이라는 엄상백은 "(고)영표 형, (이)태양이 형 등과 모여서 제주도에 갔는데 몸을 잘 만든 것 같다. 예년보다 시즌을 일찍 준비했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덕분에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엄상백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최고 구속 148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자랑하며 무결점 피칭을 선보였다. 스스로도 좋은 느낌을 유지하고자 한다. "좀 더 과감해진 것 같다. 마운드 위에서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한다. 작년에는 이런 것이 잘 되지 않아 후회가 많았다. 지금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라는 것이 엄상백의 말이다.

끝으로 그는 올 시즌 각오로 "내가 작년처럼 못 할 수도 있고 작년과 다르게 잘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기는 싫더라. 작년에 많이 부끄러웠다. 올해는 그냥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심기일전하는 그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 엄상백 ⓒ한화 이글스
▲ 엄상백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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