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군함 보내면 3~4주 걸리고 청해부대는 기뢰제거 헬기도 없어
美, 미사일·드론 방어 구축함 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한·중·일과 영·프 등 5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안전을 위해 군함을 파견할 것을 공개 요구했다. 그러나 다국적군 일원으로 해군을 파병하려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고, 이후 한국을 출발한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에 도착하는 데도 최소 3~4주가 걸린다. 현재 오만 동방 해상에 있는 청해부대의 ‘대조영함’을 투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대조영함에는 기뢰 제거를 위한 ‘소해(掃海) 헬기’ 등이 없다. 여러 모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유조선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하게 호위하려면 유조선 한 척당 군함 두 척, 또는 5~10척 규모의 유조선단을 보호하기 위한 군함 약 12척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란은 대함 미사일, 수상·수중 자폭 무인정 등을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유조선 등을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국적군을 구성해 이런 위협을 차단하는 선박 호위 작전을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구체적인 요구가 공식 채널로 전달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우리 해군에 미사일과 무인기를 막아낼 수 있는 대공·대함 능력을 갖춘 구축함 파견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해군은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과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1척을 보유하고 있다. 목표 탐색부터 요격까지 일체화된 해상 방어 시스템인 이지스 장비를 장착한 해군 구축함이 한국을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까지 가려면 최소 3~4주가 걸린다. 정부와 국회가 파병 논의를 하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실제 작전 투입에는 한두 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 해적 소탕을 위해 파견된 청해부대의 대조영함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조영함은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으로, SM-2 함대공 미사일과 청상어 어뢰를 장착하고 있어 미사일과 수중 드론 공격에 어느 정도는 대응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군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전함은 아닐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대량 설치한다면, 기뢰 제거 작업을 맡을 소해함도 필요하다. 한국 해군에는 700t급 이하 소해함 10여 척이 있지만 원양 작전에 투입하기에는 크기가 작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 소식통은 “미군이 기뢰 제거를 위해 우리 군 소해함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정확하게 기뢰를 제거할 수 있는 소해 헬기는 우리 해군 전체에 단 한 대도 없다.
우리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되려면 별도의 국회 비준 동의도 필요하다. 군 관계자는 “청해부대의 파병 지역이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다국적 연합군’ 소속으로 임무를 변경하기 위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2019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2020년 초 청해부대가 국회 비준 없이 오만만·페르시아만 일대로 활동 범위를 넓힌 적은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 내부로 진입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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