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흑자 인천공항과 적자 한국공항공사 통합 추진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문한 공공기관 통·폐합 등 개혁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실상은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 공항 관리를 흑자 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떠넘기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고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여기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뿐 아니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함께 합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 등 국제적 항공 네트워크 관리를 맡고 있고, 한국공항공사는 김포·제주공항 등을 비롯한 전국 14개 공항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맡고 있는 곳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합 논리는 중복 기능을 줄이고 만성 적자인 지방 공항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선은 인천공항공사, 국내선은 한국공항공사가 나눠 관리하다 보니 인천공항에 국제선이 집중되고 지방 공항은 노선이 없어 발전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관리의 이분화로 지방 공항 운영은 고사 직전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글로벌 공항과 경쟁 중인 인천공항의 서비스 저하 가능성과 초거대 노조의 출현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매출 2조5481억원, 영업이익 4805억원을 냈지만 같은 기간 한국공항공사는 매출 9768억원, 영업적자 223억원을 기록했다. 두 기관이 합치면 투자 분산은 불가피하다. 실제 인천공항공사가 여객 1억3000만명 시대를 대비한 ‘인천공항의 5단계 확장’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는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방 공항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학재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영국 히드로 공항은 적기에 투자를 단행하지 못해 두바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에 밀렸다”며 “지방 공항을 살리기 위해선 포퓰리즘으로 무분별하게 지은 의사 결정 구조 등 근본적인 대수술을 해야 하는데, 단순히 인천공항공사에 짐을 넘길 생각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기호 인천공항공사 노조위원장도 “통합 논의는 글로벌 공항들과 경쟁하는 인천공항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결국 서비스 질이 하락해 승객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건설·운영 문제는 두 기관 통합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공항 건설 비용만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토목 사업이다. 현재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따라 국가 예산으로 비용을 대지만, 기관 통합이 이뤄질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사업비를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인천공항공사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거대 통합 노조의 출현 역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인천공항공사엔 2000여 명이 근무하고 자회사엔 1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2700여 명이 근무하고, 자회사 인원은 5000여 명가량이다. 이 인원을 총괄하는 거대 노조가 출현할 경우, 파업 등 국면에서 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임금이나 복지가 상대적으로 더 좋은 인천공항공사 직원들 사이에선 통합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내부에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인천공항공사에 입사했는데 한국공항공사와 합쳐지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재정경제부 측은 “관계 부처 중심으로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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