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예술은 “저희 좀 살려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근 배우 티모테 샬라메의 발언이 논쟁을 불러왔다. 그는 한 토크쇼에서 “전 발레나 오페라 같은 곳에선 일하고 싶지 않아요. ‘이것 좀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분야죠. 이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도요”라고 말했다. 예술의 가치를 대중의 관심과 시장의 수요로 판단하는 듯한 그의 발언은 곧장 예술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국제 영화제 참석 중 이에 대해 질문을 받은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내놓은 짧은 답변은 인상적이다. 그는 “난 영화도 죽어가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다”고 재치 있게 반응하며, 중요한 것은 관객 수나 흥행 성적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텅 빈 작품들에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의 내면 역시 메마를 수 있다”는, 우아하면서도 날카로운 일침이었다.

문제는 한 젊은 스타의 실언 그 자체가 아닐지 모른다. 예술을 산업적 잣대로 평가하려는 시선은 국내 정책 영역에서도 낯설지 않다. 2026년 문화예술 예산에서 특정 장르의 지원 예산이 크게 늘어난 점도 이런 맥락 안에 있다. 공연예술의 성장을 위한 투자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시장성과 수출 가능성을 기준으로 예산이 특정 장르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모습은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기초예술은 언제나 대중적 인기와 일정한 거리가 있었다. 발레와 오페라, 연극과 전통예술이 대규모 관객을 모으지 못한다 해도, 그게 곧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장르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미학적 성취를 담고 있으며 새로운 창의성이 싹트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 토양이 척박해지면 그 위에 피어나는 꽃 역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국가가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곧바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운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다. 예술은 시장의 인기와 별개로 우리 삶의 의미를 되묻는 역할을 해왔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관객 수의 감소나 흥행 성적의 하락이 아닐 것이다. 더 두려운 것은 예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힘을 잃어버리는 일일지 모른다. 토양이 사라진 자리에서 꽃만 오래 피어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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