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터리 전시회서 종적 감춘 ‘금양’
이차전지 신사업에 한때 시총 10조
다음 달 상장폐지 데드라인 앞둬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큰 이목을 끌었던 배터리 기업 ‘금양’은 올해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금양은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 근처 명당 자리에 전시장을 차려놓고 파격적인 목표를 내세워 주목받았습니다. ‘2026년 말까지 10분 만에 80%가 충전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식이었습니다. 당시 부산 공장 준공 시점이 계속 미뤄지는 등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었지만, 금양은 장밋빛 청사진을 앞세웠습니다.
금양은 올해 행사에도 전시 부스를 신청했다가 철회했다고 합니다. 회사가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외부 감사인이 ‘회사 존속이 불투명하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주식 거래는 정지됐고,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으로부터 유치했다는 4050억원 규모 투자는 납입일이 7차례나 연기됐습니다. 지난달엔 대출 연체로 부산은행으로부터 1300억원대 소송까지 당했습니다.
금양은 원래 신발 깔창·장판 등에 쓰이는 발포제 분야 세계 1위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차전지 신사업을 앞세워 배터리 테마주로 떠오른 뒤 한때 10조원대 시가총액으로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을 제치기도 했습니다. 배터리 산업에선 사실상 신생 기업이었지만, 이 회사 홍보이사로 재직했던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가 인기를 끌며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결과였습니다.
현재 금양은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다음 달 상장폐지 데드라인을 앞두고 24만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은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금양의 흥망은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취약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술 검증이나 양산 실적도 없이 선언만으로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비전 장사’, 팬덤이 실사(實査)를 대체한 ‘묻지 마 투자’입니다. 인플루언서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춤을 추는 시장에선, 가장 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모든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제2의 금양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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