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만큼 실패도 값져…쓸모없는 경험 없죠”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6. 3. 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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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850만명 보유한 축구 선수 이정진 인터뷰
라오스 1부 참파삭 아브닐 소속
8경기 출전해 4골 2도움 기록
영어 등 4개국어로 영상 제작
韓보다 미국·브라질 등서 인기
“호날두·메시 등과 협업하고파”
유튜브·틱톡 등 8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축구 선수 이정진이 참파삭 아브닐 FC 홈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유튜브·틱톡 등에 8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프로축구 선수. 전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은 라오스 프로축구 1부 리그 참파삭 아브닐 FC에서 활약 중인 이정진(32)이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부산 아이파크·강원FC 등에서도 활약했던 그는 축구 선수이자 인플루언서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정진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내가 좋아하는 두 일을 병행하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K리그에 복귀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호나우지뉴(브라질) 등과 협업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2년 한국의 한국·일본 월드컵 4강 진출을 지켜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갖게 된 이정진이 프로가 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측면 공격수로서 빠른 발을 앞세운 저돌적 돌파가 강점이었지만 그를 주목하는 구단은 없었다.

그러나 이정진은 포기하지 않고 공개 테스트를 찾아다니며 도전을 이어갔다. 마침내 2016시즌을 앞두고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14경기에 출전한 이정진은 그토록 바라던 골맛까지 봤다. 출전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이적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태국과 독일,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2023년 은퇴를 선언했다.

이정진은 “경쟁률이 100대1이 넘었던 공개 테스트에서 합격했던 순간이 지금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열심히 노력해 K리그 무대를 누비고 2골을 터뜨렸지만 이후 경기력이 아쉬웠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게 쉽지 않았지만 현실적인 상황과 미래를 위해 유튜브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플레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3년에 처음 시작했던 유튜브는 이제 구독자 238만명을 보유한 대형 채널이 됐다. 498만명의 틱톡과 109만명의 인스타그램까지 포함하면 채널명 제이 풋볼의 구독자 수는 850만명에 육박한다.

이정진은 “어떻게 하면 축구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오랜 기간 고민하다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하게 됐다. 1인칭 시점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가 빠르게 증가했고 실버 버튼에 이어 골드 버튼까지 받았다”며 “한국보다 미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 인기가 많은데 더욱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사로잡는 데는 다양한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여러 나라에서 활약하고 입단 테스트를 본 이정진은 살아남기 위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을 공부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졌다.

촬영과 편집, 자막 제작까지 직접 하는 이정진은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니 모든 경험이 소중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는 것 같다”며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하나의 언어, 콘셉트를 고집했다면 큰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에 맞춰 따로 제작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상황에서도 다시 선수에 도전한 이유는 K리그에서 활약하는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선수로서 경기장을 누빈 게 3년 전인 만큼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말에 인플루언서로서 콘텐츠를 촬영하기 위해 방문한 참파삭 아브닐의 김태영 감독님께 영입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가슴속에 숨겨져 있던 열정이 나를 움직여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단기 계약을 체결한 이정진은 3년의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8경기에 출전한 그는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참파삭 아브닐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정진은 “김 감독님의 세심한 지도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장점인 저돌적 돌파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계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 이정진은 축구 선수와 인플루언서로서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면 발전은 멈춘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성공만큼이나 실패할 때 배우는 게 많다. 이 정도면 됐지 같은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0.1%라도 좋아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틱톡 등 8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축구 선수 이정진이 참파삭 아브닐 FC 홈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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