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군함파견’ 카드와 전략적 삼각관계 [이우탁의 인사이트]

이우탁 칼럼니스트 2026. 3. 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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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동맹국 아닌 中을 파견요청국에 포함...특유의 ‘거래의 기술’
‘中-이란’ 우호관계 흔들며 주도권 쥐려는 듯

지난달 18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의 선원이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 /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국제사회에서 공존하는 세 국가 사이의 미묘한 전략적 역학을 분석하는 국제정치학 이론이 삼각관계론이다. 3국의 힘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관계 모델이 형성되는데, 전략적 삼각관계 이론을 정립한 로웰 디트머는 A-B-C 3국이 모두 대칭적인 우호관계일 경우와 중추국가 A가 양쪽에 포진한 B, C와 긍정적인 관계이고 B, C가 서로 적대적일 경우, 그리고 A와 B, A와 C 관계는 부정적인데 B와 C는 긍정적일 경우를 나누어 여러 삼국관계를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동맹국(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이 아닌 중국을 거론한 점이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국가라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이란 사이의 전략적 삼각관계의 맥점을 정확히 짚고 ‘거래의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최대 약점은 바로 에너지 문제에서 미국에 비해 약세라는데 있다. 특히 원유 의존도가 높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소비 원유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며, 이 중 45%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한 이후 국제 원유시장이 출렁이면서 중국은 에너지 대란에 휩싸였다.

그 충격은 패권 경쟁국인 미국과 에너지 부국인 러시아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오랜 동안 이란과 우호관계를 맺어온 중국은 이란 전쟁 이후 미국 눈치를 보면서도 이란과 연결고리를 놓지 않았다. 특히 원유 공급을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 이란도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국에 대한 원유 수송은 방해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은 최소 1170만 배럴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실어 날랐는데, 해당 물량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란은 중국의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를 실은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글로벌 원유 거래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가 아닌한 모두 달러화로 이뤄져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란이 중국의 영향력에 의존하려는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전략적 삼각관계의 틀을 적용해보면 미국(A)은 중국(B)과 이란(C) 두 나라가 우호적이고 자국과 적대적인 상황을 타개하면서 중국을 이란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 위해 ‘호르무즈 군함 파견’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압박해 이란을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힘을 과시하면서 전쟁을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은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 일단 중국(주미 중국대사관)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은 즉각적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국은 안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할 뿐 군함을 파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분위기도 대체로 비슷하다. 게다가 이달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돼있다. 트럼프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절했을 때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그리고 미중관계가 악화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내 입지 약화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돼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방중을 앞둔 트럼프의 심기를 살필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서방권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며 ‘힘의 논리’를 과시하는 미국을 향해 중국은 역내 핵심 문제에서 명분을 쌓은 효과도 있다. 무력을 써서라도 ‘대만 통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려는 시진핑의 머리 속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은 크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란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중동에서 ‘반미연대’를 강화해 미국을 자극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정면 충돌하지 않으면서 중동에서 ‘일대일로 교두보’를 잃지 않는 묘수를 꺼내야 하는 중국의 행보가 주목된다. 다양한 전략적 삼각관계의 변화가 초래할 나비효과가 한반도에는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우려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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