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임으로 끝난 8강…"투수 경쟁력 키워야 세계 벽 넘는다"

이석무 2026. 3. 16. 00: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 야구, 도미니카에 0-10 완패…WBC 4강 진출 무산
17년 만에 8강 진출했지만
마운드 약세로 초반부터 고전
韓 패스트볼 구속 145km에 그쳐
야구 변방 영국·브라질보다느려
아마추어부터 지원·육성 시급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롤러코스터 같았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흥분과 감격을 뒤로 하고 한국 야구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한국 야구 대표팀이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야구는 2026 WBC에서 17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을 이뤘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수준과 격차를 뼈저리게 확인했다. 특히 마운드 경쟁력 부족과 투수 육성 시스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평균자책점 4.50, 8강팀 중 최하위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후안 소토(뉴욕 메츠),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정상급 타자들이 포진한 도미니카공화국의 강타선을 막지 못했다.

선발투수 류현진(한화이글스)은 1⅔이닝 동안 3안타와 2볼넷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이후 등판한 투수들도 잇따라 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마운드 열세는 경기 초반부터 분명했고 결국 콜드게임으로 경기가 끝났다.

이번 대회 내내 대표팀의 약점은 마운드였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의 팀 평균자책점은 4.50으로 참가국 20개국 가운데 12위였다. 8강 진출팀 중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전 대패 이후 평균자책점은 5.91까지 올라갔다.

수치에서도 격차가 드러났다. 미국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한국 투수진의 패스트볼(포심, 투심, 커터 포함) 속구 구속은 90.1마일(약 145㎞)로 20개 참가국 18위였다. 한국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낮은 팀은 한국과 조별리그 같은 조였던 호주(89.7마일), 체코(86.4마일) 뿐이었다. 심지어 야구 변방이라고 불리는 영국(90.9마일), 브라질(90.7마일)도 한국보다 빨랐다.

1위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95.2마일(약 153.2㎞)이었다. 한국과 8㎞ 이상 차이가 났다. 일본은 93.9마일(약 151.1km)로 전체 4위였다. 구속이 투수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구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변화구도 살아날 수 없다.

12시간 장거리 이동에 피로 누적

대표팀은 호주전 극적인 승리로 2009년 이후 17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대표팀은 도쿄에서 미국 마이애미까지 12시간 넘는 장거리 이동을 해야 했다. 여기에 호주전 선발 손주영(LG트윈스)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한국계 빅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체 합류도 끝내 무산됐다.

전력 공백 속에서 맞선 도미니카공화국은 너무 높은 산이었다. ‘단기전은 변수가 많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야구 속설도 뚜렷한 실력 차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도미니카공화국전 이후 전문가들은 투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설 자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국제대회에서 시속 140㎞대 공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150㎞는 기본이고 160㎞에 가까운 공을 던지면서도 제구가 안정된 투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한다”며 “아마추어 단계부터 구속을 높이는 육성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호 SBS 해설위원은 타자 시각에서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 투수들의 150㎞ 이상 공은 몸쪽과 바깥쪽에서 움직임이 커 배트에 맞추기조차 쉽지 않았다”면서 “속도뿐 아니라 공의 질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도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투수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학생 야구부터 경쟁력 있는 투수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리그는 최근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17년 만에 되찾은 WBC 8강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투지와 집중력은 한국 야구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의 냉정한 현실을 확인한 무대이기도 했다. 당장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6년 LA 하계올림픽, 그리고 3년 뒤 WBC에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한국 야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