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도 찾기도 힘든 맨발길…조성만 해놓고 유지보수는 뒷전

광주일보 2026. 3. 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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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맨발길 32개 모두 걸어보니
비온 뒤 정비안돼 갈라지고 패이고
돌멩이·나뭇가지 튀어나와 위험
세족장·안내판 없는 곳도 수두룩
지정만 해놓고 관리 안된 ‘불편길’
절반 넘는 17곳 26건의 개선 필요
광주시 금호2동 금호어린이공원 맨발길에 웅덩이가 패여있고 낙엽으로 덮여 걷기에 불편하다.
“맨발길이 어디 있나요. 맨발로 걷기 힘들어요. 돌멩이와 나뭇가지가 튀어나와 다칠까 걱정돼요.”

광주시 서구가 맨발길(맨발로)을 핵심 주민 편의 사업으로 추진중이지만 정작 현장 ‘맨발러’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일보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서구 18개 행정동에 설치된 맨발길 32곳(총연장 1만 3978m)을 직접 맨발로 걸으며 ‘맨발러’들의 불편 사항을 들어봤다. 모두 17개(53%) 맨발길에서 26건의 개선 사항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위치 안내가 부족한 6곳, 공간이 협소한 4곳, 외부인 접근이 힘든 2곳 등의 맨발길은 ‘불편길’ 이었다. 세족시설이 없거나 신발장이 없는 등 ‘홍보’에만 치중하다보니 편의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광주시 서구 풍암동 금당산 맨발길 1코스가 비온 뒤 갈라진 상태이나 관리 되지 않고 있다.
◇맨발로는 힘든 ‘맨발길’=광주시 서구가 조성한 맨발로 32곳 중 17곳은 상당 기간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구에서 가장 긴 금당산 맨발길(8.7㎞, 1~3코스 구성) 중 중턱·정상부에 있는 2~3코스의 경우 ‘맨발길’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일반 등산로와 다를 바 없었다. 산책로는 바위와 나뭇잎·나무 뿌리가 드러나 있는데다 빗물 등에 흘러내려온 돌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와 있어 굳은 살이 박힌 맨발러가 아니면 걷기 쉽지 않았다.

2~3코스 사이에는 웬만한 맨발길이면 갖춰진 세족장도 없다. 아픔을 참고 맨발길을 걷다가 다시 출발지 인근인 1코스까지 돌아가야 그나마 발을 씻을 수 있었다.

발산근린공원 맨발길도 비슷했다. 기존의 둘레길을 별도 정비 없이 ‘맨발 구간’이라며 명칭만 바꾼 듯 했다. 황토와 모래알, 마사토가 뒤죽박죽 뒤섞여 걸으면 발이 따가워지기 일쑤였고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피해 걷는 걸 걱정해야 했다.

상무1동의 무진푸른공원 맨발길에서는 길을 걷던 도중 30여m 길이 끊겨 있었다. 신발 보관함도 맨발길 출발·도착 지점이 아닌 보도블럭 광장 한가운데에 있었고 걷는 내내 차량 소음과 매연을 맡는 고통도 감수해야 했다.

또 금호어린이공원 황톳길도 1~2m 안팎으로 끊겨 황토를 걷다 보도블럭을 걷는 걸 반복해야 했다.

기존 학교 운동장을 ‘맨발 이용 가능 구간’으로 이름만 걸어놓는 경우도 6곳이나 됐다. 양동초 운동장을 이용하던 홍윤예(여·63)씨는 “학교 측에서 제초 목적으로 운동장에 굵은 소금을 뿌려대니 맨발로 걷다 깜짝 놀란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구 전체 맨발길 32곳 중 가로등도 4곳만 설치됐고 발을 말리는 에어건이 설치된 곳은 고작 2곳뿐이었다.

◇“맨발길이 어디래요?”=맨발길을 쉽게 찾기도 힘들었다. 백마산 생태습지 맨발길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지도에 검색되지 않는다. 등산로 중간에 위치해 있어 산을 타지 않고서는 이용할 수 없는데 안내판도 없다. 인근 주민에게 물어 “마을 뒷길로 돌아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안내를 받고서야 찾아냈다.

가톨릭평생교육원 캠퍼스 내부에 조성된 맨발길은 시설 특성상 캠퍼스 내 근무자들이 근무하는 시간, 성당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폐쇄돼 있어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다. 서구는 이런데도 맨발길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상록근린공원 인근 미술관 앞에 맨발길도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공원을 한참 돌아야 찾을 수 있었다.

방문객들도 대다수 신발을 신은 채 공원과 미술관을 오가는 통행로 삼아 걸어다니고 있어 맨발로 걸으려면 주변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걷기人마을 맨발길은 광명하이츠타운 아파트와 기아오토랜드 건물 사이 좁은 골목 형태의 길로, 마을 주민조차 모른다.

주민 신강식(73)씨는 “이 근처에 오래 살았지만 이 곳을 ‘걷기人마을’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인적이 드문 곳에 조성돼 찾아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맨발길을 조성하는 데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용을 위한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맨발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주민 이상복(51)씨는 “맨발길을 많이 조성하는 것에는 관심이 높지만 이후 관리 주체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며 “ 만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전문적인 관리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혜림·윤주은 기자 bridg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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