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은퇴 무대서 58㎞ 역주한 '영웅' 신의현 "모든 것 쏟아부었다"

오명언 2026. 3. 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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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 11위로 마치며 6개 종목 완주…"제2의 삶도 장애인 스포츠에"
은퇴 무대 마친 '평창 영웅' 신의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테세로=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평창 영웅' 신의현(45·BDH파라스)이 생애 마지막 패럴림픽 설원 위에서 쉼 없는 역주 끝에 선수 생활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1980년생으로 어느덧 불혹을 훌쩍 넘긴 그가 이번 대회 설원 위에서 사투를 벌이며 누빈 거리만 약 58.5㎞에 달한다.

신의현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20㎞ 인터벌 스타트 좌식에서 55분45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전 선수 29명 중 11위. 한국 장애인 스포츠를 상징했던 거목의 마지막 레이스였다.

설원 위를 달리는 '평창 영웅' 신의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의현은 2018년 평창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한국 사상 첫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시상대에 다시 오르겠다는 목표로 절치부심했으나, 대회 직전 찾아온 지독한 감기 탓에 컨디션 난조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투혼 속에 출전한 6개 종목을 모두 완주하며 끝까지 설원을 지켰다.

마지막 레이스를 신의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없이 눈밭을 바라보던 그의 눈가에는 끝내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장비를 정리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과 다시 마주한 신의현은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해 눈물이 났다"며 "지난 4년간 마지막 대회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했고, 마지막 경기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의현의 딸 신은겸씨가 보낸 응원 메시지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은퇴하는 아빠에게 딸 신은겸씨가 보낸 메시지는 현장을 뭉클하게 했다.

신은겸씨는 "이제 아빠가 두 팔로 달리는 모습은 잘 못 보겠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는 너무 속상한 것 같다. 새 시작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빠가 너무 멋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항상 파이팅 넘치고 긍정적인 철인이 우리 아빠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아빠로서, 선수로서 책임감과 주변의 기대가 너무 무거웠을 것 같은데 이제 조금 가벼워졌길 바란다. 우리에게 1등은 항상 아빠"라고 응원했다.

신의현이 평창에서 썼던 한국 선수 동계 패럴림픽 최다 메달 기록은 이번 대회에서 '조카뻘' 후배인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간판 스타' 김윤지(19·BDH파라스)가 모두 경신했다.

김윤지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포함해 메달 5개를 휩쓸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를 김윤지와 함께 준비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선배 덕분에 김윤지는 첫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었다.

기자회견 참석한 김윤지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김윤지는 "의현 삼촌이 한국 노르딕 스키의 길을 열어주셨기에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었다"며 "삼촌이 내 성적 부담까지 대신 안고 뛰어주신 덕분에 많이 배우고 즐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신의현 역시 "윤지가 나를 '평창 레전드'라고 불러주는데, 열심히 따라와 준 윤지가 너무나 대견하다. 한국 노르딕 스키의 미래가 밝은 것 같다"며 "성적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오래 달리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설원 위의 레이스는 끝났지만, 신의현의 '인생 2막'은 다시 노르딕 스키를 향한다.

그는 "장애인 체육에서 받은 것이 너무 많다. 이제 지도자로서 10년 넘게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모두 전수하고 싶다"며 "노르딕 스키가 동계 패럴림픽의 효자 종목이 되는 날까지 은퇴 후 제2의 삶을 더 열심히 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애인 노르딕스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배동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창성그룹 부회장)도 곁에서 신의현의 마지막을 지켰다.

2015년 실업팀 창단 때부터 신의현과 인연을 맺어온 배 회장은 "나의 인생은 신의현이라는 선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나의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준 그를 존경한다"며 "선수 이후의 삶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넸다.

은퇴 전 마지막 경기에 나서는 신의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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