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는 '받아쓰기' 먹고 자랐던 '이재명 조폭 연루설'

정철운 기자 2026. 3. 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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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방으로 다루며 '조폭 연루' 이미지 각인…대선 흔든 '기획폭로' 결말에 언론은 책임 없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20대 대선 국면이던 2021년 10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영하 변호사에 대해 지난 12일 대법원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2021년 10월18일 국회 행안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남 국제마피아파가 2015년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20억 원 가까이 지원하는 대가로 성남시 관련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으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는 2024년 공천 탈락 이후 현재 대구시 달서구청장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 처벌받지 않은 또 다른 이가 있다. 언론사 기자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장 변호사의 유죄 확정 소식을 전하며 “아무 근거 없는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확인도 없이 무차별 확대 보도한 언론들이 이런 판결이 나는데도 사과는커녕 추후 정정보도 하나 없다”고 썼다.

104개 주요 언론사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2021년 10월18일부터 2022년 3월9일 대선 당일까지 '이재명'과 '조폭'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1811건이었다. 이 기간 <野 김용판 “이재명, 조폭에게 20억 받아”…李 “이래서 의원 면책특권 제한해야”>(조선일보), <野 “이재명보스” 조폭 진술서 공개…李 “노력은 했다” 헛웃음>(중앙일보), <김기현 “조폭 연계 이재명, 대통령 돼선 안 되는 건 자명”>(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 빽 믿고 조폭이 설치는 나라, 생각만해도 끔찍”>(조선일보), <“이재명 지사님, 구치소 밥 맛있습니다” 추가 입장 낸 박철민>(한국경제)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

▲'이재명 조폭 연루설' 관련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조폭에 20억 받아”…“면책특권 제한해야”>(TV조선), <“전담 조직의 기획폭로”… 박철민 “사실이다”>(채널A), <'조폭' 박철민, 돈다발 추가 공개>(채널A), <'조폭 연루설'에 발끈… “면책 특권 제한”>(MBN) 등 빅카인즈에 없는 보도까지 합치면 '이재명'과 '조폭' 키워드 기사량은 더 늘어난다.

당시 기사의 대부분은 이재명 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반영해 여야 공방으로 다룬 보도였는데, '조폭 연루'나 '진실 공방' 프레임 자체가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불리했다. 아무리 이 후보 측에서 허위를 주장해도 '이재명 조폭 연루' 이미지는 언론의 '받아쓰기'를 먹고 자라 유권자들에게 각인되어 비호감 여론에 기여했다.

보수신문은 사설로 '조폭 연루설'을 증폭시켰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후보에 '조폭 연루설'이라니, 李 지사 “소송”만 말고 설명을>(2021년 10월19일)에서 “조폭 출신 제보자는 스스로 '박철민'이라는 실명과 본인 사진을 공개하며 '허위일 경우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해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며 “이 지사는 이날 '조폭 연루설'에 여러 차례 소리 내 웃었다. 왜 허위인지 논리적·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충격적인 대선후보 조폭 연루설, 그냥 웃어넘길 일 아니다>(10월20일)에서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한국 정치가 퇴보할 일인 만큼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며 “1960년대 정치깡패의 행패를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이런 의혹이 제기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경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이재명 '조폭 돈' 의혹 더 구체적 폭로, 충격적이다>(10월21일)에서 “오죽하면 박 씨가 '거짓이면 제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결정적 증거는 아직 1도 제출 안 한 상황'이라고도 했겠는가”라면서 “'허무맹랑한 주장에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MBC보도화면 갈무리.

여기에 더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박씨의 진술서는 매우 구체적이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진실이 맞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진술서 진위는 함부로 의심할 수 없다”며 “상당 부분 진실일 것”이라 말했고, 언론은 그대로 받아썼다. 당시 '허위 돈다발 사진'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비판도 거셌지만 정치권 인사의 입에 기댄 언론의 '조폭 연루설' 인용 보도는 계속됐다. 예컨대 그해 12월 국민의힘이 '이재명 조폭 연루' 의혹의 근거로 박철민씨 친구 자필 편지를 공개했을 때도 조작정황이 드러났지만 다수 언론은 조작 논란이 있다며 해당 이슈를 여야 공방으로 처리하는 식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에서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정치 공세로 이용한 행태에 언론의 비판과 검증이 필요했지만 언론은 공범에 가까웠다. 2021년 10월20일 장영하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집무실에서 시장 책상에 양다리를 걸치고 의자에 앉아 '따봉' 제스처를 취하고 있던 사진 속 인사가 조폭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사IN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이런 기자회견은 장 변호사 주장이 진실인 양 써주면 안 된다. 현장에서 장 변호사가 제시한 사진과 주장을 검증하는 질문이 부족했던 것은 매우 아쉬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법원은 2023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폭 출신 박철민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앞두고 돈다발 사진과 같은 자극적인 수단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뇌물수수 사실은 유권자의 표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칠 미칠 수 있고,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이상 이 사건 범행이 선거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의 '받아쓰기'가 계속되는 이상 '제2의 박철민', '제2의 조폭연루설'은 언제든 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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