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식의 讀한 르뽀] 사람을 키우는 독서로 미래를 항해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

[한국독서교육신문 김완식 기자]
조선·해양 산업은 거대한 기술 산업이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선박의 생애 주기를 관리하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이 독서를 통해 인재를 키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력만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해양 산업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임직원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철학 아래 독서를 조직문화로 정착시키며 학습하는 기업으로의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책에서 시작되는 학습 문화
독서경영의 출발점은 경영진의 실천이다. 매달 사보에 추천 도서를 소개하고 사내 미니문고에 비치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도록 했다. 이는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강조했던 독서와 학습의 전통을 잇는 시도이기도 하다. 직책자들은 주간회의에서 추천 도서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업무 적용 방안을 토론한다. 독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 해결과 리더십 학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내 작가도 탄생했다. 조선 기술사로 일하는 직원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집필하며 독서가 창의적 표현으로 확장된 사례다.
공간과 디지털을 결합한 독서 인프라
사옥 로비에는 '열린 도서관'이 마련돼 있다.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태블릿과 무인 대출 시스템을 갖췄고, 각 캔틴에는 미니문고와 북라운지가 운영된다. 해외 근무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전자책·오디오북 구독도 지원한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독서 모임 '뤼딩리딩'도 활발하다. 서로 다른 부서와 직급의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책을 주제로 토론하며 세대와 조직의 경계를 넘는 소통의 장을 만든다. 작가 초청 북토크와 인문학 강연도 이어진다. 강연에서는 돈키호테와 논어 같은 고전을 통해 리더십과 삶의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책을 통해 확장되는 조직의 이야기
독서 경험은 사보를 통해 공유된다. 한 직원이 아들과 함께 하얼빈을 읽고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뮤지컬 영웅을 관람한 이야기도 소개됐다. 개인의 독서 경험이 조직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독서는 사회공헌으로도 이어진다. 직원들은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동화책 제작과 오디오북 녹음 봉사에 참여한다. 신입사원 온보딩 과정에서도 낭독 봉사를 진행해 독서와 사회적 책임의 가치를 함께 체험하도록 했다.
'읽는 조직'이 만드는 변화
독서경영이 자리 잡으면서 조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직원들은 책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넓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부서 간 협업도 활발해졌다. 특히 디지털 기반의 독서 환경은 MZ세대의 참여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은 독서 활동을 조직의 혁신과 연결하는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책에서 얻은 통찰을 조직 제안이나 팀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하고, '한 달 한 권 읽기'와 같은 캠페인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해양 산업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선택한 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성장이다. 그리고 그 성장의 출발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