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위의 하이 주얼리, 럭키 참에서 와일드 젠더리스 룩으로
17년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행 티켓을 차지한 역사적인 순간! 모두의 시선은 승리의 환호성만큼이나 눈부시게 빛나던 한 남자의 목 위로 집중됐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캡틴’ 이정후의 유니폼 사이로 존재감을 빛내는 반클리프 아펠의 네 잎 클로버다.
캡틴 이정후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본격적으로 화제의 물결을 탄 건, 지난 5일 체코전에서 착용하면서부터다. 이정후의 목걸이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빈티지 알함브라(Alhambra) 네크리스, 10개 모티브, 오닉스’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이자 자신의 메이저리크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징하는 컬러 블랙 오닉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실, 야구장에서 반클리프 아펠 빈티지 알함브라 네크리스를 럭키 참(Lucky Charm)으로 착용한 건 이정후가 처음이 아니다. LA 다저스의 미겔 로하스는 반클리프 아펠 빈티지 알함브라 네크리스를 거의 매일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SNS를 보면 올 시즌 초부터 이 목걸이는 완전히 그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여기에 알함브라 이어링과 세트로 경기장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그는 E 뉴스(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날(Father’s Day)에 아내로부터 먼저 봄 훈련 기간 동안 착용했던 알함브라 이어링과 세트를 이루는 네크리스를 선물 받았다고 말했다. 블랙 오닉스부터 LA 다저스 컬러인 블루빛의 아게이트 등 여러 컬러의 알함브라 네크리스와 이어링 세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로리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내야수 주니어 카미네로(Junior Caminero)가 지난 여름 자신의 오닉스 10모티프 목걸이를 처음 선보였다. 그는 이 목걸이를 테니스 목걸이, 굵은 체인, 비즈 목걸이 등 다양한 스타일과 번갈아 착용한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크 패더슨도 알함브라 네크리스를 착용하고 경기를 한다. 봄 시즌 훈련 기간부터 기자회견장에까지 알함브라 네크리스와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조크 패더슨은 주얼리에 진심이 메이저 리거로 유명하다. 2021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시절 진주 목걸이를 경기 때마다 착용하여, 그의 팬들이 따라하기도 했다. 그는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그 진주 목걸이는 쿠퍼스타운 야구 명예의 전단에 전시되어 있다.



프로 운동 선수들의 반 클리프 아펠 사랑은 아주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NBA와 NFL의 여러 스타 선수들이 수년동안 알함브라 브레이슬릿을 착용해왔다. 불가리아 테니스 스타 그레고르 디미트로프도 행운의 럭키 참으로 반 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브레이슬릿을 여러 개 겹쳐 착용하고 있다.
또한 반 클리프 아펠 외에도 여성들의 이브닝 드레스 위에 걸쳐져 있을 법한 네크리스들이 야구 선수들 목위에 걸쳐져 왔다. 월드시리즈 MVP인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특별 제작된 블루 사파이어 테니스 목걸이(동일한 크기의 보석을 일렬로 연속 세팅한 유연한 체인 형태의 묵걸이)를 착용했고, LA 다저스의 키케 에르난데스는 레인보우 사파이어 목걸이를 착용했다.

특히 야구 선수들의 반 클리프 아펠 네크리스가 화제가 된 건, 경기 중에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없는 NBA와 NFL 선수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들은 경기 중 액세서리 착용이 혀용 되는데, 메이저 리그 선수들은 시즌당 162경기를 치르기에 경기 중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미디어의 물결을 타고 전세계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된다.
야구는 극도의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야 하는 스포츠다. 9회말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치열한 확률 게임에서 선수들은 멘탈 유지를 위해 극도의 미신과 징크스에 매달리곤 한다. 하이 주얼리가 가진 고유의 상징성과 각 원석이 품은 의미가 선수들의 마음을 파고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닉스는 보호와 안정을, 말라카이트는 변화와 성취를, 마더 오브 펄은 치유와 유연함을 상징한다. 이 상징성이 타석이라는 고독한 공간에서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유지하고 싶은 선수들의 간절한 염원을 투영해주고 있다 할 수 있다.

이정후 선수가 8강행을 확정 지은 후, 그의 목에 걸린 반 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승리와 행운의 상징이 됐다. 그의 대담한 선택은 고가의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를 넘어, 승리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이제 야구 선수들의 주얼리는 행운의 럭키 참인 동시에 젠더리스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선수들이 막대한 부와 명성을 화려한 주얼리를 통해 직설적으로 외쳤다면, 지금의 선수들은 자신의 세밀한 감각과 개인 브랜드를 가공하여 드러낸다. 흙먼지가 묻은 유니폼과 하이 주얼리의 상반된 충돌은 그 자체로 새로운 와일드 젠더리스 룩의 탄생이다. 야구장의 덕아웃이 시상식의 레드카펫만큼이나 중요한 패션 비즈니스의 격전지이자 트렌드의 쇼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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