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WBC 8강…성과와 한계 동시에 남긴 ‘절반의 성공’

최대영 2026. 3. 1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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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8강에서 마무리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WBC 준준결승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으로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결과는 다소 허무했지만 한국은 2009년 준우승 이후 무려 17년 만에 WBC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7년 만의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결과 자체만 놓고 보면 대회 전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다만 경기 내용까지 살펴보면 만족하기 어려운 장면도 적지 않았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국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국내 프로야구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KBO리그가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1천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프로 스포츠 흥행 기록을 새로 쓴 배경에도 올림픽과 WBC에서의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국제대회 성적은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은 2013년, 2017년, 2023년 WBC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참가 6개국 가운데 4위에 그쳤고,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등이 절실했던 KBO는 2025년 1월 류지현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고 이번 대회를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준비했다. 류지현 감독이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KBO가 우리가 원한 것의 거의 99%를 지원했다”고 말할 정도로 지원도 적극적이었다.

대표팀 전력 보강을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 저마이 존스, 셰이 위트컴, 데인 더닝도 합류했다. 한국계 선수 세 명이 동시에 WBC 대표팀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결과 한국은 5일부터 9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2승 2패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WBC 8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7일 세계랭킹 1위 일본을 상대로 6-8 접전을 펼쳤고, 9일 호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2실점 이하·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극적으로 충족하며 8강에 오르는 ‘도쿄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중요한 승부로 꼽혔던 대만전에서 연장 끝에 4-5로 패하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만약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호주가 대만을 3-0으로 꺾지 않았다면 사실상 대만전 패배로 탈락이 확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별리그 내용을 돌아보면 한국은 전력상 아래로 평가됐던 호주와 체코에는 승리했지만 일본과 대만에는 패했다.

이렇게 힘겹게 8강에 오른 한국은 강력한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투타에서 모두 밀리며 0-10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후안 소토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가 즐비한 팀이었지만 경기력 차이는 예상보다 컸다.

김하성과 송성문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 공백,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뒤 곧바로 경기를 치러야 했던 일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도영과 안현민 등 젊은 타자들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반면 투수진에서는 안우진과 문동주 등 젊은 에이스 후보들이 부상으로 빠진 점이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과 미국까지 찾아가 응원을 보낸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한국 야구의 저력도 확인했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27년 프리미어12,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전력 강화와 세대교체라는 숙제를 남긴 WBC였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영 rokmc117@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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