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만큼 비극적인… 사랑과 질투가 춤추다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금지된 사랑
러 귀족사회·사교계 이중성 대해부
LED 화면·패티 ‘아리아’ 노래 압권
파멸로 치닫는 안나의 표정 극대화
맥락 없는 급박한 감정선은 아쉬워
제정 러시아 시대 샹들리에 불빛이 넘실거리는 무도회장, 밀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대평원, 그리고 혁명의 기운이 감도는 모스크바역까지. 어지간한 작품이라면 길을 잃고 헤맬 정도로 널따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파노라마처럼 채워진다. LED 화면과 융합한 트러스교와 기둥 네 개가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화려하고 생생하다. 허영에 쌓인 귀족사회에 대한 성찰과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톨스토이의 세계가 펼쳐진다. 러시아 혈통을 자랑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7년 만에 돌아왔다.


결국 이 공연의 가장 큰 과제는 안나의 내면을 보여주기다. 원작이 위대한 이유는 독자가 안나의 의식 속에 함께 있기 때문. 질투, 도취, 자기혐오가 뒤섞인 그 내면을 따라가며 독자는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뮤지컬에선 노래로 감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뮤지컬 속 안나는 무도회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설명 없이 식어버린 연인, 맥락 없이 폭발하는 질투에 안나는 매력적인 인물 대신 답답한 캐릭터가 됐다. 옥주현·김소향·이지혜가 돌아가며 안나로 무대에 서는데,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연기 성공의 관건이다.
원작과 달리 비중이 확 줄어든 뮤지컬 무대임에도 키티는 더 많은 공감을 얻는다. 레빈과 키티 커플의 서사가 오히려 설득력 있게 전달된 덕분이다. 그래서 2막에서 안나와 키티가 화해하는 장면은 아름다웠다. 반면 1막에서 안나가 스스로 눈가루를 뿌리며 춤추는 장면은 기이하다.
오랫동안 뮤지컬 톱스타로 자리를 지켜온 옥주현은 이번 무대 총 38회 공연 중 20회 이상을 혼자 소화한다. ‘배역 몰아주기’ 논란이 벌어졌는데 2막 중 아이를 안고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 부르는 자장가 장면에서 안나의 비극이 비로소 무대 위에서 살아나며 감동을 줬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9일까지.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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