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목표 잃은 트럼프, 후퇴와 확전 사이 줄타기 중”

정유진 기자 2026. 3. 1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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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미 전문가 3인 분석
전쟁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손에 손잡고 링컨 기념관 빙 두른 시민들 이란 공격을 반대하는 미국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 있는 ‘반사의 연못’을 둘러싸고 ‘이란을 위한 인간 사슬’ 집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이란 붕괴 노려 전쟁 격화 전망…이란 분열 확률 낮아
장기화 땐 미국 유리하지만, 고유가에 ‘조기 종전’ 압박 커질 것
입지 높아진 이란, 전쟁 이후 핵 넘어 세계 경제 지렛대 삼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공격 수위를 올리면서 전쟁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깊어지고 있다.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지난 13일 미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하미드 비글라리 아시아소사이어티 부의장과의 화상 대담에서 “트럼프는 어느 정도 정치적 후퇴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확전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버라 슬라빈 스팀슨연구소 석좌연구원도 경향신문과 한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전황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세 전문가의 발언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지금은 확전 국면인가, 완화 국면인가.

비글라리 = 이런 유형의 전쟁은 단일한 공격이나 반격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이 전쟁은 어디까지 확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각 측이 정해둔 확전 임계치의 상호 작용 속에서 진화한다.

나스르 = 전쟁을 끝내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양보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제안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의 그림자를 수용하고 어느 정도 정치적 후퇴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확전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사이에서 고난도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런 처지에 익숙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슬라빈 = 현재 전황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안정시키긴커녕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면서 지난 1년 동안의 미미한 진전마저 다 무너뜨렸다.

- 미국은 이란의 거센 반격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을 예측하지 못했나.

슬라빈 =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개인숭배적 성격의 정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직업군인 출신 국방부 관료들은 이 전쟁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트럼프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말을 들었다.

-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의 최종 목표가 서로 다르지 않나.

나스르 = 트럼프는 미국에 좀 더 우호적인 버전의 이슬람공화국 정도를 원했지만, (이에 실패하자) 이제는 자신의 전쟁 목표가 무엇인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 교체를 넘어 국가 붕괴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가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전에 목표를 달성하려는 이스라엘이 더 빠르고 거칠게 밀어붙이면서 전쟁 양상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고,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진짜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 이란의 분열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비글라리 =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확률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슬람혁명수비대, 정보기관, 바시즈 민병대 등에서 대규모 이탈이 관측되지 않는다.

나스르 =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수년간 이란 정권 전복을 위해 이란 국민이 정권에 대해 느끼는 분노를 무기화하는 데 큰 투자를 해왔지만, 국가를 쪼개려고 시도하는 순간 오히려 국민을 국가 단위로 결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가 쿠르드족 무장세력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미국이 전략적 교착 상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른다는 신호로 보인다. (정권 교체라는) 플랜 A가 실패하자 말 그대로 벽에 다 던져보고 뭐가 붙는지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이란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

슬라빈 =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즈타바의 가족 대부분을 살해한 상황이어서 그가 중·단기적으로 미국의 외교적 접근을 환영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처럼 권위주의적 개혁가의 길을 택하는 것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식을 따라 국내에서는 탄압과 부패로 권력을 다지고 해외에서는 암살과 공작을 병행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 시간은 누구의 편이며, 전쟁 이후 무엇이 달라질까.

비글라리 = 시간이 흐를수록 군사적으로는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미국이 유리해지지만, 고유가 충격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빨리 전쟁을 끝내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나스르 = 미국과 이란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이란은 전쟁 전과 완전히 다른 힘의 균형하에 트럼프와 마주 앉게 될 것이다. 이제 이란은 단지 핵 프로그램만 놓고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지렛대로 삼아 협상에 나설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그만큼 더 약해져 있을 것이다. 미국은 걸프국들에 요격 미사일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했고, 공항·비즈니스·에너지 인프라와 해수 담수화 시설에 대한 공격도 막아주지 못했다. 이는 전쟁이 끝나고 난 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슬라빈 = 미국과 이란 갈등의 핵심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적대 관계다. 만약 이번 전쟁이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난다면 화살이 이스라엘로 향할 수 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미국 내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이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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