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너무 위험한데, 유가는 잡아야겠고’···트럼프, 동맹국에 중국까지 ‘압박’

정유진 기자 2026. 3. 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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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국 군함 파견 요청 배경은

미사일·기뢰 피격 위험성 높아
선박 600여척 해협 지나려면
상당한 병력·예산·시간 필요
석유 수입국에 직접 호위 요구
이란, 파병 요청받은 국가들에
“분쟁 확대시킬 행위 자제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타격을 입은 석유 수입국들이 직접 유조선 호위 등의 임무를 수행하라는 요구로 읽힌다. 그러나 지금 호르무즈에 군함을 보내는 것은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참전하는 것과 다름없고, 이란이 무인기(드론)나 자폭 보트, 미사일 등으로 호르무즈를 지나가는 군함을 공격할 경우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제3국이 작전 참여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암살 후 상선과 유조선 네 척이 피습되자 한·일 등에 호르무즈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원유를 얻고 있는 다른 나라를 위해 원유 수송 해로를 보상 없이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목적지는 중국(37.7%), 한국(12.0%), 일본(10.9%), 유럽(3.8%), 미국(2.5%) 순이다. 미국의 파병 요구는 일종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임무를 중동산 원유 수입국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들에 ‘청구서’를 보내는 것을 넘어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도 압박했다.

문제는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호르무즈를 ‘죽음의 통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4㎞에 불과하고 북부 항로는 해안선과 가까워 이란이 드론·미사일 등으로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 이란이 기뢰를 10여개 설치했을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 3일 미 군함이 선박을 호위해 운항을 재개시키겠다고 했지만 작전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은 “미군이 호르무즈 통과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위 작전이 시작돼도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600척 이상의 선박을 통과시키려면 수많은 군함이 필요하고 시간도 수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유조선 1척당 군함 2척 또는 5~10척의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12척의 군함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호위 과정에서 미 해군과 제3국 해군은 유조선과 나란히 항해하면서 기뢰를 제거하고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과 자폭 보트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군함과 더불어 중고도 공격 드론 ‘MQ-9 리퍼’ 최소 12대가 상공을 순찰하며 해안에 나타나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대를 타격해야 한다”면서 “수천명의 병사,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며 이 작전을 몇달간 지속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위 작전에 앞서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 주변 영토를 점령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미국이 지상전이 가능한 주일미군 병력 2500명에게 중동 출동 명령을 내린 것도 호르무즈 관련 작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만 해도 “우리는 이미 승리한 전쟁에 참전하는 사람들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한·중·일 등에 파병을 요청한 것은 유가 급등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봉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CNN에 “모든 당사자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했을 뿐 파병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영국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해당 지역의 해상 운송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하면서 미국의 파병 요청을 받은 국가들을 향해 “분쟁의 고조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이란 외교부가 밝혔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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