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인텔릭스도 하청노조와 교섭키로…‘진짜 사장들’ 소송 대신 교섭 택하나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할 의무를 부과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나흘째인 지난 13일 에스케이(SK)인텔릭스(옛 에스케이매직)와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조합과 교섭에 응할 목적으로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소송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는 달리 주요 업종의 원청 대기업들이 하청노조와 교섭할 뜻을 밝히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2주차에 접어드는 가운데 이같은 기업들이 더 늘어날지 주목된다.
가전통신서비스 업종서도 ‘원하청 교섭’
노란봉투법은 원청기업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그 범위 안에서만 사용자로 봐,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단체교섭이 가능하다. 때문에 임금이 원-하청 교섭의 의제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원청의 지배력이 인정되는 사안인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원-하청 교섭의 의제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2026년 임금협상 등을 위한 단체교섭”을 원청에 요구하고, 원청도 단체교섭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이 위원장은 “자회사와의 임금교섭 때도 임금인상률 등을 사실상 모회사가 결정했으며, 이미 이달 초부터 노조와 모·자회사가 함께 모·자회사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시작한 상태”라며 “향후 노조 내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교섭 요구 의제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스케이인텔릭스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시작으로 원하청 교섭이 가전·통신 서비스업계 전체로 확산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가전·통신업체 대부분이 서비스 업무 등을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와 엘지(LG)유플러스의 자회사 유플러스홈서비스 노동자들이 가입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관계자는 “노조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초 원청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엘지유플러스에 원청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용자성 인정 확실한 상황서 법적 분쟁 부담”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만 해도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정해 하청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소송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조선(한화오션·현대중공업), 제철(포스코), 택배(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가전·통신(에스케이인텔릭스), 공공부문(부산교통공사·화성시) 주요 업종에서 단체교섭 요구사실 공고가 잇따르고 있어, 당초 전망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노동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러한 배경으론 고용노동부의 노조법 해석지침과 교섭절차 매뉴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교섭절차 매뉴얼은 하청노조가 요구한 여러 교섭의제 가운데 하나라도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원청에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해석지침은 산업안전의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폭넓게 보고 있다. 대부분의 하청 노조가 산업안전을 의제로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원청에 교섭할 의무가 생기는 셈이다. 어차피 단체교섭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굳이 교섭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대화촉진법’, ‘격차해소법’으로 명명하고,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부문·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하는 것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교섭에 응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 원청 관계자도 “사용자성 인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법적 분쟁을 계속하다 보면 회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난 11일까지 단체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기업 220여곳 가운데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한 곳은 10곳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청들은 자체적으로 사용자성을 검토하며 분위기를 살피거나,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법적 분쟁을 준비하고 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청의 ‘무응답’이 지속될 경우, 노조는 교섭요구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노동위원회에 낼 수 있다. 노동위는 최대 20일 안에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단체교섭 요구사실을 공고하라고 시정명령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등이 교섭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준비를 마치는 대로 원청을 상대로 시정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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