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르무즈 선박 호위 요청은 “책임전가”
2019년 이란의 유조선 공격 때 일본은 독자 대응
당시 공격당한 사우디 대응 요청 외면한 미국
미국 주일미군 해병대와 해군 일부 중동 이동
하르그 석유시설 공격 회피, 되레 미국 약점 노출
유가 40% 급등 ···이란 1348, 레바논 826명 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등 5개 국을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 운항 선박들을 호위하는 군함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데에 대해 일본에서는 "책임 전가"라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책임전가에 일본 대응 시험대에"
아사히신문은 15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실질적인 봉쇄는 국제법상 정당성이 의심스러운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원유와 천연가스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나라를 중심으로 안전보장상의 부담을 사실상 전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많은 나라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의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군함들(War Whips)을 보낼 것"이라면서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5개국을 지명해 군함을 파견해 주기 바란다고 적시했다. 그는 파견을 요청한 배들이 '군함'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war ships'의 두문자를 대문자로 썼다.

미 합참의장 "호르무즈 전술적으로 복잡한 환경"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장관은 13일 미 해군이 호르무즈 통과 선박들을 호위할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가장 합리적인 형태로 순서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그것을) 실시할 때는 세계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을 한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술적으로 복잡한 환경"이라면서 미 해군이 "곧" 호위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는 "지금으로서는 선제공격을 시작한 당사국인 미국조차 안전상의 리스크(위험)와 병참상의 문제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정부의 요청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2019년 이란의 유조선 공격 때 일본은 독자적 대응
일본경제신문은 "일본은 수입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경제적 타격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1기 정권 때인 2019년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등이 잇따라 이란의 공격을 받았을 때도 미국정부가 일본정부에 민간선박 호위에 참여헤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당시 일본은 유지연합(호위에 참여한 우호국 연합) 참여를 미루는 한편 정보수집 강화를 위해 독자적으로 자위대를 파견하는 형태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그것이 "동맹국인 미국에 협력자세를 보이면서도 전통적으로 관계를 중시해 온 이란에도 배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석유시설 공격당한 사우디 요청 외면한 미국
2019년 9월 세계 석유 공급의 5%를 차지하는 사우디의 핵심 원유생산시설인 동부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생산 플랜트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조직 후티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중대한 손실을 입어 당시 원유가격이 한때 20%나 뛰었다. 그때 트럼프 정부는"공격당한 것은 사우디지 미국이 아니다"며 대응공격과 파병 등의 무력 지원 없이 사우디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만 검토했다. 사우디는 핵심 안보협력국인 미국의 그런 태도에 놀라고 배신감을 느꼈으며, 그 뒤 사우디가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로 방향을 튼 것이 그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았다.

미국방문 앞둔 다카이치 예산안 통과 서둘러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느 복수의 민간선박들이 미군에 호위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이란의 드론 공격 등의 위험이 커 아직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장관은 12일 호르무즈 해협 운항 민간선박들에 대한 미군의 호위는 3월 말에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교적 조기에 실현하겠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 단순히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3월 말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5개국 군함들이 바로 호응해서 출발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적 조건에 부합한다.

미국, 하르그 석유시설 공격 피해 오히려 약점 노출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13일 이란 원유수출의 90%를 차지하는 페르시아만의 하르그 섬 군사시설들을 폭격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발표했다.

트럼프는 "만일 이란이나 다른 누군가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조금이라도 방해한다면 이 결정(석유시설 공격 회피)을 즉각 재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는 그가 이란의 석유시설 파괴를 겁내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어서, 이란이 그런 그의 약점을 이용해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계속 공격할 경우 하르그 섬의 석유시설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미국과 서방에도 치명타를 가하는 최후의 '물귀신 작전'을 협박수단으로 쓸 여지를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란의 군사작전 총괄사령부는 14일 "이슬람공화국(이란)의 석유, 경제, 에너지 관련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이전부터 경고해 온대로 중동 전역에서 미국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석유회사들의 모든 인프라(기본시설)를 즉시 파괴해 재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주일미군 해병대와 해군 일부 중동 이동
한편 미국은 일본 주둔 미군의 일부 전력을 중동으로 이동시켰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상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병대와 해군 각각 2500명을 3척의 군함에 실어 중동으로 이동시킬 것이라며,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돼 있는 제1해병원정대 일부와 나가사키 현 사세보가 모항인 트리폴리함이 그 대상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해병대가 지상전을 수행할 수는 있으나 이번의 해병대 파병이 이란과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에 배치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사드) 일부도 중동으로 이동시켰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유가 40% 급등 ···이란 1348, 레바논 826명 사망
뉴욕타임스는 14일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이 전날 밤 전쟁 발발 뒤 두 번째 공격을 받은 뒤 이라크 내의 모든 미국인들에게 즉시 이라크를 떠나도록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시아파 조직인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날 공격으로 미국과 관련이 있는 외교 관련 시설과 미국 회사들, 외국인 출입이 많은 호텔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지역을 폭격했으며,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내 헤즈볼라는 로켓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어떤 움직임이나 통행도 모두 (공격)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전쟁 전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육로로 아부다비와 파이프라인이 연결돼 있는 오만의 푸자이라 항도 공격했다.
호르무즈 봉쇄로 세계 유가는 40% 넘게 올라 약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미국 자동차 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이 다시 급등해 전국 평균 갤런당 3.68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쟁 발발 이후 23.5% 상승한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설사 해제된다 해도 페르시아만 원유생산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수주일 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페르시아만 국가 매체들은 14일 이란이 밤새 보복공격을 가했으며, 두바이에서는 요격당한 이란 미사일 잔해가 건물에 떨어졌다. 사우디 국방부는 이날 11대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바레인 내무부는 이날 사이렌을 울리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지난 11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란 민간인 1348명이 숨졌다고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밝혔다. 레바논 관리들도 자국민 826명이 숨지고 2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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