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른 공·더 젊은 에이스…세계 야구 ‘속도’를 따라잡아라

한국 투수진 ‘구속’ 참가국 최하위권…빅리그 타자 상대 역부족
‘국내 리그선 못 보는 공’에 헛스윙 연발, 타자들도 수준 못 벗어나
아시안게임·프리미어12 등 앞두고 선발 자원 발굴·육성 과제로
‘도쿄의 기적’도 이제 가슴에 묻을 때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과정을 냉정히 살펴야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야구대표팀은 14일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으로 완패했다. 공수 모두 완벽하게 압도당했다. 조별 라운드 네 경기에서 7홈런 28점을 올렸던 타선이 단 2안타에 그쳤다. 투수진 역시 슈퍼스타들이 곳곳에 포진한 상대 타선에 2~3회 2이닝 동안에만 7점을 뺏겼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현시점 세계 최강을 다툰다. 한국전 승리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경기에 임하는 태도까지 빈틈없었다. 전력 차이가 큰 한국을 상대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후안 소토 등 천문학적 규모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홈으로 슬라이딩했다. 1회 류현진에게 삼자범퇴를 당하자 2회부터 바로 타석에서 ‘콘택트 중심’으로 접근법을 바꿀 만큼 전심전력을 다했다.
한국은 향후 도미니카공화국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에 조금이라도 다가서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별 라운드 네 경기도 좀 더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극한의 ‘경우의 수’를 뚫고 8강에 오른 것은 매우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 중압감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경험 자체가 이번 대표팀 선수들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네 경기 결과가 2승2패였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이 이번에 꺾은 상대는 자국 리그를 세미 프로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호주, 사실상 아마추어 팀 체코였다.
한국 투수진의 이번 대회 직구 평균 시속은 146.3㎞로 20개 참가국 중 18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느린 팀은 호주와 체코뿐이었다. 한국 투수들의 공은 전체 1위 도미니카공화국(154.8㎞)와 비교하면 8㎞ 이상 느렸다. 일본(5위·152.1㎞), 대만(7위·150.5㎞)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구속이 받쳐주지 않는 공의 한계가 8강전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투수들은 최대한 존 바깥으로 공을 빼면서 상대 범타를 유도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빠르지 못한 구속은 벤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대표팀 한 코치는 8강전을 앞두고 “할 수 있는 한 상대 데이터 분석은 다 했고, 비교적 약한 코스도 확인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분석을 해도 우리 투수들의 구속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구속으로 압도하려면 최소 150㎞대 중반 공을 던져야 했다. 그 수준의 공을 던진 투수는 이날 곽빈이 유일했다. 곽빈조차 연속 볼넷으로 무너졌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구속조차 갖추지 못하면 국제대회에서 강팀 상대로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리그의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지표 또한 구속이다.
리그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타자들 역시 그 이상으로 올라설 수 없다. 체코, 호주 투수들을 상대로 대량 득점을 올린 대표팀 타선이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 투수들을 상대로는 무력했다. 평소 보지도 못한 공이 계속 들어오는데, 바로 쳐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대표팀 타자들은 도미니카공화국 선발 크리스토페르 산체스의 주 무기 싱커를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한가운데 공이 들어오는데 몸을 크게 뒤로 빼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내 리그에서) 수적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갖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믿고 기용할 수 있는 국내 선발 2명만 확실하게 갖춰도 선발 강팀으로 분류되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경기 운영이 안 되는 국내 투수들을 무작정 선발로 기용하기도 어렵다. 더 체계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마운드 전반의 강화가 중장기 과제라면, 당장의 과제는 현재 자원 중 어떻게든 차기 국가대표 에이스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결정적인 순간 벤치가 꺼내든 ‘가장 믿을 만한 투수’는 내년 40세가 되는 류현진이었다. 조별 라운드 분수령이었던 대만전과 8강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이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부상으로 빠진 문동주, 안우진, 원태인을 포함해 누군가는 당장 다음 국제대회에서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국제대회는 앞으로도 줄줄이 있다. 9월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내년 11월 프리미어12가 열린다. 프리미어12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2028 LA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최종 예선까지 뚫어야 한다.
마이애미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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