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사남’ 신드롬… 경북 역사 속 무대·촬영지 곳곳 ‘순례’ 발길
단종 비애 서린 영주 순흥
촬영지인 문경 쌍용계곡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등
영화 속 주인공들과 교감
MZ세대 중심 방문 줄이어
포항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2026년 첫 천만 관객을 넘기며 1300만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벌써 세 번이나 본 'N차 관람러'다. 그는 "화면 속 풍경도 너무 예쁘지만, 단종과 충신 엄흥도의 애틋한 서사에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며 "이번 주말에는 오랜 친구들과 셋이서 영화의 진짜 무대였던 영주 순흥으로 '성지순례'를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성지순례'는 본래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대중문화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속 명소를 직접 찾아가 작품의 여운을 느끼는 팬덤 문화를 뜻한다. 올해 극장가에 첫 천만 영화라는 대기록을 쓴 '왕과 사는 남자'의 인기가 스크린을 넘어 이러한 경북 성지순례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영화 속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 촬영지들이다. 충신 엄흥도와 백성들이 지내던 광천골 산채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관아 장면은 고령 김면 장군 유적지에서 찍었다. 특히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던 문경 쌍용계곡은 영화 속 명장면을 재현하는 인증샷 명소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단종의 숙부인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된 역사적 비극은 스크린 밖 성지순례를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순흥 도호부는 불길에 휩싸였고, 역모의 땅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 당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피가 죽계를 따라 십여 리를 흘러내리다 멈춘 곳, 그곳이 바로 지금의 영주 '피끝마을'이다.
이토록 참혹한 슬픔이 서린 피끝마을을 시작으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금성대군 신단, 그리고 소수서원과 부석사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스크린 속 서사가 아픈 현실로 다가온다. 단순한 구경을 넘어, 영화 속 주인공들과 이름 없는 백성들의 마음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잊혀가던 우리 지역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스크린의 감동이 온라인의 폭발적인 관심을 넘어 실제 지역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보여준다. 이번 주말에는 극장을 나서 2026년 첫 천만 영화의 진짜 감동을 찾아 경북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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