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인 지원법 표류…컨트롤타워 설립 급선무
- 법안 대부분 교육에 초점
- 교육·복지부 등 정보 칸막이
- “아이 자라면 지원도 사라져”
- 성인기 대책 조항 보강해야
- 중앙·지역센터 구축 이상적
- 부산시 2028년 설치 목표
- “국비 투입 근거 마련 절실”
- 전문가 키워 안전망 강화를
경계선 지능인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인 관련 법안은 21, 22대 국회에서 총 14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하나도 없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종합적 지원이 불가능해 경계선 지능인의 교육이나 사회 진입을 위한 노력은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지원 법안, 특정 기간에 집중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대부분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중심을 둔다. 차이를 꼽으라면 생애주기별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법안(홍기원 의원 등 13인)’은 복지적 접근보다 ‘평생 학습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 특화 법안이다. 학교 졸업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인을 위한 전용 평생교육 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했다. 사회성 훈련, 기초 직무 교육 등 맞춤형 커리큘럼 운영도 법적으로 보장한다. 하지만 교육에 치중돼 있어 실제 고용 현장에서 발생하는 차별이나 임금 보조, 의료 지원 등 복지 서비스 전반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김희정 의원 등 27인)’은 학령기 교육과 조기 개입에 비중을 두고 있다. 영유아와 아동기에 경계선 지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선별 검사 지원 방안이 구체적이다. 또 학교 교육과 사회복지 시스템을 연결하는 생애주기별 관리를 강조해 교육 현장의 변화를 도모한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학령기 지원에 집중돼 졸업 후 성인 경계선 지능인의 경제적 자립이나 장기적 주거 지원에 대한 대책 비중은 작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가족의 돌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족 지원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 교육, 심리 상담, 임시 돌봄 서비스 등 가족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항이 보강돼야 한다는 것이다.
▮컨트롤타워 설립 필요
경계선 지능인 지원의 가장 큰 문제에 관해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가 자라면 지원도 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학령기에는 학습 지원이므로 교육부, 성인기는 자립을 위한 일자리 지원이므로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로 지원 책임이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지원이 끊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트롤타워가 설립된다면 생애주기별 데이터를 관리하며 지원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경계선 지능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컨트롤타워 설립이다”며 “원스톱으로 자녀나 자신의 상태를 말하고 한 곳에서 필요한 도움을 모두 받을 수 있다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책임연구위원은 “컨트롤타워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만들거나 범부처 통합 위원회 형태가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박 책임연구위원은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로 정신과 병동에서 19년 근무하면서 경계선 지능인을 접하고 경계선 지능에 대해 알게 됐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다양하다.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 지역의 경계선 지능인이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다. 중앙의 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지역센터가 가동된다면 효율적인 전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계선 지능인이나 가족은 교육뿐만 아니라 생활의 어려움이 생겼을 때 즉시 인근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고도화하는 온라인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도 가능하다.
중앙의 컨트롤타워와 지역별 센터 구축이 이상적이지만 현재 관련 법률이 없어, 부산시는 일단 자체적인 통합지원센터 설립을 우선 추진한다. 2028년 센터 설치를 목표로, 경계선 지능인 발굴과 지원, 생애주기별 사례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담당할 계획이다. 시 복지정책과 오유경 사회복지정책팀장은 “부산시 통합지원센터 건립은 인력과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시비로 한다면 지방정부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빨리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정부의 소관 부처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인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려면 전문가도 필요하다. 특수교육 전공자 중에서 경계선 지능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도움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가 자격 인증과 양성 기능이 컨트롤타워에 포함돼야 한다.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범죄와 연루된 일이 생겼을 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계선 지능인
지적장애(IQ 70 이하)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IQ 85 이상)에 미치지 못하며, 인지·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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