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러 한국 온 게 아니다” 보신각서 퍼진 이주노동자 외침

이필립 기자 2026. 3. 15. 19: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현행 이주노동제도는 인신매매를 닮았다."

민주노총,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200여개 이주인권단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6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단체들은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데 공감하고 정부에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자유 완전 보장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공공성 있는 이주노동자 모집·관리 체계 구축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 이주인권단체, 위험의 이주화·구조적 차별 규탄
▲ 이필립 기자

"우리는 한국에 죽으러 온 게 아니다!"

"현행 이주노동제도는 인신매매를 닮았다."

민주노총,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200여개 이주인권단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6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이주여성 등 14개 주제에 걸쳐 이주노동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매년 3월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에서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해 평화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숨진 69명 희생자를 기리는 날로, 한국에선 2006년 첫 기념대회가 열렸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죽으러 (한국에) 오지 않았다"며 "현행 고용허가제는 차별적이다. 계절노동을 비롯한 대부분 이주노동제도에 사업장을 바꿀 자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인력업체·브로커가 개입해 인력 송출 비용이 막대하고 인신매매 피해도 지속되고 있다"며 "이주노동제도를 고용노동부가 관리해 송출 공공성을 보장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산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몽골 청년노동자 강태완씨(향년 32세)의 어머니인 엥크자르갈씨는 "한국은 태완이 같은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나라"라며 "비자를 주기는 하지만 어른이 되면 부모를 추방시키고, 비자를 바꾸는 것도 너무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 이름으로 '듬직한 강태완 기금'을 시작했다. 모든 이주민이 이 땅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강씨는 다섯 살에 어머니를 따라 몽골에서 한국에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지냈다. 대학 졸업 후 김제 소재 회사에 취직했다 입사 8개월 만에 산재 사고로 숨졌다.

고광민 변호사(이주민센터친구)는 현행 이주노동제도가 인신매매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고 변호사는 "계절노동자는 높은 송출 비용 때문에 빚을 지고 한국에 온다"며 "와서는 여권을 뺏기고 발이 묶이고 폭언·폭행을 겪어도 직장을 떠날 수 없는 형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혐오는 노골적이지 않다. 제도와 정책에 스며있다"며 "우리 사회가 계절노동자를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하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사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뚜안씨가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을 피하다 추락사한 사건을 언급하며 "필요할 때는 노동력으로 쓰고 필요 없으면 단속 대상으로 취급하는 정책이 만든 비극"이라고 했다. 지난달 김희수 진도군수가 "베트남·스리랑카에서 처녀를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를 보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여성은 상품·도구가 아니다. 이주여성에게 인권이 없다면 이 사회에 정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데 공감하고 정부에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자유 완전 보장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공공성 있는 이주노동자 모집·관리 체계 구축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과 정부서울청사를 지나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차별과 혐오 없는 새로운 세상" "이주민에게 자유와 평등을" 등 구호를 외쳤다.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