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 손가락 빠는 인천항
수도권에 삼성·하이닉스 불구
제조 공정 사용 ‘위험물 보관’
인프라 미흡해… 부산항 수혜

인천항에 위험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소재가 인천항이 아닌 다른 항만에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고 있지만 인천항이 이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해양수산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항에서 처리된 위험물은 4천256만4천115t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황산·염산·불산·질산 등이 포함된 위험물인 부식성 물질 물동량은 37만1천24t으로 전체의 0.8% 수준에 불과했다.
인천항의 부식성 물질 물동량은 2023년 30만4천506t, 2024년 42만5천173t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오히려 전년보다 12.7%나 줄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위험물은 인천항이 아닌 부산항을 통해 수입된다고 설명했다.
부산항의 부식성 물질 물동량은 2023년 356만8천411t에서 지난해 388만6천440t으로 2년 새 8.9%나 증가했다. 인천항 주변에 위험물을 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위험물이 부산에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천 신항의 경우 컨테이너 터미널 내에 위험물을 처리할 수 있는 별도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관련 제품들은 수입되자마자 다른 곳으로 반출해야 한다. 인천 신항 배후단지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은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해 있어 위험물 보관을 위한 시설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고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위험물은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안전 설비를 갖춘 별도의 시설에서 보관해야 한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 신항 배후단지에 위험물 보관소를 지으려면 주민 민원 때문에 담당 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위험물 보관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도 별도 시설을 만들기 어려워 거절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항만업계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위험물 물동량을 인천항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 등이 나서 위험물 물동량을 유치하고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허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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