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권익’ 시험대 3월 주총…집중투표제 우회·자사주 처분 ‘미흡’

박종오 기자 2026. 3. 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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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기업공시 분석해보니
클립아트코리아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리는 상장사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일반주주 권익 보호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존 기득권을 지키려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개정 상법에 따라 제도를 정비하거나 우회로를 파는 등 개별 대응에 나서면서, 법 개정 취지에 따라 기업 구조 개선이 순탄하게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한겨레가 국내 자산총액 상위 10대 기업 집단(농협 제외) 핵심 계열사의 주총 공고문을 분석한 결과, 모든 기업이 최근 개정된 상법에 대응하기 위한 안건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등이 중심이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다. 이사가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도 일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직접 넣겠다고 밝힌 곳은 삼성전자·현대차·㈜지에스(GS) 등 3곳에 그쳤다. 반면 표 몰아주기를 통해 소수주주들이 지지하는 인물을 이사회에 보낼 수 있는 ‘집중투표제’ 관련 규정은 10개 그룹 모두가 정관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모든 기업이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따로 뽑는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1명 추가로 선임하기로 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할 인사를 선임하기 위한 장치다. 상법 개정에 따라 상장사는 오는 9월10일까지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특히 올해 7월 말부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묶는 이른바 ‘3% 룰’이 강화될 예정이다. 규제가 더 까다로워지기 전에 서둘러 인선을 마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주총에선 이사회 구성원인 이사의 수와 임기를 놓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맞대결이 벌어질 예정이다. 기업들이 매년 선출하는 이사 수를 분산해, 일반주주의 ‘집중투표제’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에스는 이사 수 상한을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임기 규정도 ‘3년’에서 ‘3년 내’로 바꿀 계획이다. 이사 수가 줄면 지배주주의 표가 덜 분산돼, 일반주주들의 집중투표제 공격을 보다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사 임기를 현행 ‘3년’에서 ‘3년 초과 금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사마다 임기를 달리해 선임 시기를 분산하면 집중투표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사별로 임기를 달리 정하면 사실상 ‘시차 임기제’(이사들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분산시켜 이사진 교체를 지연시키는 경영권 방어 수단)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상장사는 미국·일본처럼 이사의 임기를 기본 1년으로 하고 매년 주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쪽은 “전반적으로 정관을 개정하며 집어넣은 것으로, 시차 임기제를 염두에 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달 초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가 전격 시행됐지만, 과반이 넘는 그룹들이 구체적인 처분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차(이하 소각 계획 미정 자사주 212만주), 롯데지주(2369만주), 포스코홀딩스(362만주), 에이치(HD)현대(832만주), ㈜지에스(2만5천주) 등은 “추후 결정 예정”이라고만 밝히거나, 아예 관련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공시하지 않았다.

올해 주총부터 깐깐한 잣대가 적용될 예정인 이사들의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향한 그룹들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국내 상장사는 매년 정기 주총에서 이사 전체에 지급하는 연간 보수 총액의 상한선을 의결하고, 그 한도 내에서 개별 지급액을 정한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올해 주총부터는 대표이사·사내이사 등 이사진에 소속한 지배주주 일가가 보수 한도 안건에 직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른바 ‘셀프 보수’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들은 자진해서 보수를 깎거나 구체적인 보수 증액 배경을 설명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에스케이(SK)㈜는 이사 8명의 보수 총액(최고 한도액)을 기존 18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삭감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사 수가 5명인 에이치디현대는 실적 개선 등을 근거로 40억원에서 55억원으로 전년 대비 37.5% 높게 책정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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