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인권 사각지대 ‘여전’…현장관리 체계 ‘구멍’
전국 곳곳 필수인력 자리 잡았지만
고흥·나주 등서 침해 사례 잇따라
현장선 임금체불·괴롭힘 등 반복
불합리 겪어도 사업장 이동 제한 여전
관리 공백 속 브로커 중간 착취 만연
"인력 확충·공공형 관리 체계 필요"

'코리안 드림'을 안고 광주·전남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착취와 강제노동, 직장 내 괴롭힘에 내몰리고 있다. 농어촌과 제조업 현장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현실에선 사업장 이동 제한과 불법 브로커 개입과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가 맞물리며 인권 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점검과 대책은 반복되지만 보호 체계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아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전남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농어촌·제조업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그만큼 불합리한 처우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4월과 9월 두 차례 전국 196개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감독한 결과 182곳에서 모두 846건의 법 위반이 적발됐다. 임금 체불 규모만 17억원에 달했다. 사업장 10곳 중 9곳에서 위법 사항이 확인된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역시 2020년 65건에서 2024년 225건으로 5년 새 3배 넘게 늘었다.
현장에서 드러난 사례는 더 심각하다. 이달 전남 고흥의 한 굴 양식장에서는 필리핀 국적 계절노동자가 임금 착취와 강제노동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노동자는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도 첫 달 임금으로 23만5천원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7~8명이 한 방에서 생활했고 "일을 못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들었다는 게 노동단체 설명이다.
지난해 전남 나주 한 벽돌공장에서도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가 벽돌 더미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집단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두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 침해"라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현장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부 악덕 사업주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외국인 노동력이 유입되고 관리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비전문취업(E-9) 비자는 사업장 이동이 사실상 제한된다. 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를 겪어도 사업주 동의나 정부 허가 없이는 직장을 옮기기 어려워 문제 상황을 참고 버티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계절근로자 제도는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크다.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운영되지만 입국 이후 노동 환경을 점검할 행정 인력과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담당 공무원 몇 명이 관리하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관리 공백의 틈새를 불법 브로커가 파고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취업 알선과 통역을 명목으로 노동자를 관리하면서 임금 일부를 떼거나 숙소 배정을 좌우하는 방식이다. 노동단체는 전국적으로 브로커 1명당 계절근로자 100명 안팎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거론되지만, 정작 현장 관리 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남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 사건 이후 실태조사와 후속 대책이 언급됐지만, 노동자가 사업장을 떠났을 때 머물 수 있는 쉼터나 보호 공간 마련은 예산과 인력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점검과 사후 대응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외국인 인권 침해 사건 대응을 위해 '이민자 권익 보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어업 분야 외국인 계절노동자 인권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 적발을 넘어 지자체가 실제 감당할 수 있는 관리 규모와 행정 인력, 숙소와 쉼터 등 기본 인프라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상용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위원장은 "단순 조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실제 감당할 수 있는 인력 규모와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인력 유입 규모를 조정하고, 농협·수협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형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공공형 기숙사나 쉼터 마련, 고용주 교육과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