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칼럼] 국민이 아닌 정치만을 위한 금융정책

모세종 2026. 3. 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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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을 하는 국민에게 금융 업무는 필수로 그 누구도 배제하고 살 방법은 없다. 금융기관을 통해 예적금, 주식거래, 보험이나 카드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가상화폐가 생활화하여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난 금융 활동이 가능한 시기가 언제 도래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정부의 관리하에 번거롭거나 불합리한 금융 활동을 해야 한다.

스마트폰 하나면 비대면 금융거래가 쉽게 이루어지는 인터넷 시대가 되어 모든 금융 업무가 편리해졌지만, 이를 악용하는 금융사기가 활개를 치며 전에 없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능화되고 악랄화하여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멀쩡한 개인이 수법에 속아 넘어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범죄 양상이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 아직 그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다. 범죄 피해의 결과는 매우 심각한데 검거되어도 예전의 사기 범죄처럼 다뤄지는 것 같아 국민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 은행 이용이 매우 불편해졌다. 얼마 전 은행에 새로운 예금계좌를 개설했다. 신분이 확실한데 100만 원만이 인출 가능한 한도 제한 계좌로밖에 개설이 안 되었다. 스마트폰에서 금리가 좋은 예금상품이 있어 가입하려 했더니 얼마 전에 증권계좌를 만들었다고 당장은 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송금도 아니고 일정 기간 적립을 하는 적금상품인데도 아예 통장을 못 만든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신분이 확실하고 다른 은행에서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가 없고, 한도 제한 계좌의 남발로 은행 이용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비대면 상으로도 충분히 신원조회가 가능한 시대에 금융계좌 하나도 못 만든다니 상상할 수 없다.

범죄에 이용될지 모르니 일단 무조건 막고 보겠다는 것인지, 이용자는 안중에 없는 금융정책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책임을 회피해 보겠다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의 금융기관 이용이 그렇다. 범죄예방을 위해서라지만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꼴이다.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더없이 신중하게 하더라도 개인이 원하는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범죄예방을 위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너무나도 정밀하지 못한 막가파식 정책이다. 범죄자가 있다 하여 전 국민을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도 평등이고 공평이란 말인가. 어디 범죄에 이용되는 것들이 한둘뿐이랴. 그간 금융거래를 막거나 축소하거나 하여 금융사기 범죄가 줄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차제에 전 국민의 금융거래를 막아서라도 금융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말인가. 비정상적인 정책이다.

금융정책도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다. 금융사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이 국민의 금융 업무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상황에 맞는 정책, 흔히 말하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

대출을 막아 애꿎은 서민들에게만 고통을 주는 금융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이 알아서 대출을 받아 필요한 곳에 융통하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할 것이 없다. 서울에 집 없는 개인에게 정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이미 관치로 관리, 감독받아야 할 수준의 국가와 국민이 아니다. 세계적 소득 수준을 자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으면 국민을 시시콜콜 관리하려 들지 말고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 강제하려 하지 말고 범죄가 아닌 이상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

대통령 되고 싶다 하여 자리 하나 더 만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국민의 사적 욕구에 일일이 대응하는 정부여서는 안 된다. 서울에 집 사고 싶은 자들이 있어도 개인에 맡기지 않을 방법이 없다. 대출을 받아 서울에 비싼 집을 사든, 집을 여러 채 갖든 정부가 불법행위를 바로 잡거나 조세 제도로 관리하는 방법 외에는 권력 남용일 수 있다.

이미 많은 국민이 집 없어 못살고 돈 없어 밥 굶는 시대는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의 독재 권력이 국민 대하듯 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굳이 서울에 안 살아도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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