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탐지·타격까지 시차 ‘제로’… 美·이란전 주도하는 AI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2026. 3. 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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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킬체인망 전쟁에 본격 등장
美, 이란 공습에 팔란티어·앤트로픽 활용
수조개 데이터 분석·타격 시나리오 설계
인간 지휘관 보좌하는 AI, 참모 역할맡아
무인드론·CCTV 등 모든 센서 연결
초연결·초지능 전장 현장 구축
美 랜드연구소 "미래 전쟁의 승패는
전장 데이터 처리 네트워크에 달려"
표적 탐지·타격까지 시차 ‘제로’… 美·이란전 주도하

[파이낸셜뉴스] 이번 중동전쟁, 미국과 이스라엘의 對이란 군사작전에선 혁신적인 대변화가 관측됐다. 바로 지능형 인공지능(AI) 킬체인망의 본격적인 등장이다. 최근 미국 중부사령부와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종합하면, 개전 초기 하루 평균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 약 1000개를 정밀 타격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미·이스라엘 연합군은 이란 내 5500개 이상의 목표물을 무력화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측도 현지 언론을 통해 개전 후 10일 동안 이란 전역에서 총 9000개 이상의 목표물이 공격받았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대학교는 지난 2022년 러우전쟁 초기만 해도 단일 표적 탐지부터 타격까지 평균 30분에서 1시간이 소요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전쟁에선 이러한 시차를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군사적인 역사 측면에서 살펴봐도 지휘통제체계 대변혁이자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쳐 단련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초연결·초지능’ 전쟁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팔란티어’가 찍고 ‘클로드’가 조준한다

이 같은 혁신의 배경에는 미 국방부의 통합 AI '메이븐(MSS, Maven Smart System)'이 있었다. 이 시스템은 빅데이터 전문기업 '팔란티어'의 지능형 분석 플랫폼(AIP)과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클로드(Claude)'가 결합된 형태다. 두 지능은 한 시스템 안에서 오판을 줄이는 교차 체크를 수행하며 전장에서 최적의 해답을 도출한다.

메이븐 시스템 내에서 우선 AIP는 타깃의 스마트워치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생체 신호까지 수집하는 초연결 감시망을 가동한다. 전 지구적 범위에서 수집된 수조 개의 데이터 조각을 분석해 숨어있는 적의 이동 패턴과 심리 상태까지 데이터로 구조화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스템 내애서 바통을 이어받은 클로드는 작전 성공률을 정밀하게 계산해 타격 시나리오를 설계한다. 벙커버스터 미사일의 최적 입사 각도를 산출함은 물론,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적의 무기 조합을 제안한다. 미군은 이 과정에서 두 AI 모델을 경쟁시키며 전술의 성패를 가르는 '알고리즘 전쟁'을 본격화했다. 인간 지휘관의 인지 한계를 돌파한 AI 참모가 전장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HDMI 전선’도 안테나가 되는 시대

이러한 지능화의 전제 조건은 거대한 전장 신경망이다. 미 국방부(전쟁부)의 '전 영역 지휘통제(JADC2)' 개념에 따라 이번 전장에 요격미사일을 지령유도 하는 화력 통제 군사위성을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 여기에 각 고도에 위치한 무인 드론, 현장의 휴민트, 심지어 해킹된 폐쇄회로TV(CCTV)까지 모든 센서'(Sensor·탐지 및 감시정찰 체계, 전장의 '눈')가 초연결된다. '슈터'(Shooter·타격 체계, 전장의 '주먹') 역시 다양한 무기체계로 지·해·공·우주, 해저와 수평선 너머까지 전 영역에 산재해 곳곳에 배치됐다.

이번 전장 양상의 핵심은 센서와 슈터가 더 이상 하나의 무기체계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네트워크로 융복합됐다는 점이다. 적의 입장에서는 전방의 적에게 탐지됐음에도 정작 타격용 미사일이나 포탄, 총알은 후방이나 상공, 즉 360도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극한의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플랫폼 중심의 선형적 전쟁 문법이 완전히 파괴된 결과다.

미 랜드연구소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미래전의 승패는 방대한 전장 데이터를 처리하는 지능형 네트워크의 안정성에서 나온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된 전장은 역설적으로 단 하나의 노드(Node)만 뚫려도 시스템 전체가 붕괴되는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을 안고 있다. PC 본체와 모니터를 잇는 HDMI 케이블의 미세한 전압 변화를 안테나로 활용해 정보를 탈취하는 기술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속 본체 자체가 정보를 송신하는 거대한 안테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응하는 미군의 전략은 의외로 고전적이다. 최첨단 AI 플랫폼을 가동하면서도, 최종 작전 단계에서는 해킹이 불가능한 아날로그식 '종이 봉투 암호'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보안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디지털 유출 가능성울 원천 차단하려는 '아날로그적 결벽'이 초연결 전장의 최후 보루인 셈이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직면한 우리 군도 이러한 다중 보안망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평가된다.

■질적 우위 넘는 ‘양적 상쇄’ 전략

초연결 전장에선 우수한 무기체계 보유만으로 전력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 미 공군연구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저가형 무인기도 임계점 이상의 다수로 떼를 지어 밀어붙이면 고성능 유인기의 질적 우위는 무력화됐다. 이는 근대 전술의 기초인 '란체스터 제2법칙'이 디지털 전장에서 그대로 적용됨을 시사한다. 화력의 총합은 병기 성능보다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논리다.

미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대량 무인 전력 확충)'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략적 판단의 산물이다. 최강국 미국조차 "싸고 똑똑한 무기가 전장을 뒤덮는 시대"를 선언하며 전략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북한의 구식 물량 공세를 고가의 정밀 병기로만 대응하는 것은 경제적 소모전에서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다. 우리 군 역시 미군의 '루카스'와 같은 저가형 고지능 군집 무기를 대량 투입해 적의 물량을 물량으로 압도하는 '양적 상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질적 우위에 안주하는 안보 매너리즘은 때로 치명적인 독이 된다. 이제 수만 개의 지능형 눈과 입체적 억제력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으로 분석된다.

■입증된 美 JADC2의 위력

중동전에서 입증된 ‘초연결·초지능’ 전장은 미군의 ‘JADC2’ 체계가 거대한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완성 단계에 진입했음을 웅변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 세계적 군사 싱크탱크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래전의 승패는 단순한 파괴력이 아닌 유기적인 연결성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반도처럼 자유민주주의와 권위·독재주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잠재적 분쟁 위험지역에서 미군의 초연결망에 즉각 접속할 수 있는 '기술적 상호운용성'의 확보는 유사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이제 안보 담론은 과거의 물리적 지휘권 프레임을 넘어, 실리적인 '데이터 주권' 확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

전장의 영역과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초연결 시대에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한미동맹의 진정한 결속력은 단순한 병력의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적 상호운용성과 '실체적 억제력'의 고도화에 있기 때문이다. 지휘의 계통보다 데이터의 혈류가 안보의 생사를 가르는 변곡점에서, 우리 군의 시선은 이제 형식적 권한을 넘어 연합 네트워크의 실질적 지분 확보라는 본질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중론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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