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청구서’ 꺼낸 트럼프…韓, 2020년처럼 청해부대 보내나
한미안보동맹·對이란 관계 딜레마 속
선박호위 목적 독자작전 가능성 거론
다국적군 참여땐 국회 비준동의 필요
日 다카이치 “자위대 전개 상정안해”
中 “군사작전 즉각 중단해야” 선그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의 유조선 등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을 콕 짚어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를 밝힌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우리 선박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호위’ 목적의 군함 파견은 전쟁 참전으로 보긴 어렵다며 확대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2020년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처럼 청해부대가 독자 작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일본 역시 해상자위대 호위함과 초계기를 독자 파견 형태로 투입한 바 있다.
15일 정부와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조만간 군함 파견 요청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동맹을 고려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협조 의지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3국에 대(對)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상선 호위와 항로 관리 역할을 맡고 미국은 이를 지원하는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언급한 5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다.

하지만 군함 파견은 전쟁 참전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부로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이달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국내 여론을 고려해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뢰) 제거를 위한 사전 준비로 자위대를 호르무즈해협에 전개하는 것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정부는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하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CNN에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이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제시할 대응 방식이 국제사회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이 해상자위대를 독자 파견하는 방식으로 미국 요청에 대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다음 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지원을 정식으로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이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자국 상선 호위 목적의 독자 작전 형태로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1기였던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한 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당시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아덴만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해 한국군 지휘 아래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했다. 해군이 군함을 파견한다면 현재 청해부대에 투입된 구축함 대조영함(DDH-Ⅱ·4400톤급)이 가장 유력한 전력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번에는 실제 전쟁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있어 청해부대 임무가 근본적으로 바뀔 경우 국회의 별도 비준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군 역시 다국적군 참여 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 있고 일본 등 주변국 대응도 지켜봐야 하는 만큼 다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이 전쟁에 발을 담그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이란과 정치·경제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란 외무부는 이날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과 통화하면서 “분쟁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삼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군함 파견 요청을 받은 나라들을 향해 경고를 날린 것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호르무즈해협 상황을 보면 단순 호송 임무만 맡더라도 우발적 충돌이 전면적 교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상황을 신중히 관망하면서 자국 에너지 안보 수호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한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에 함선 파견해 달라”...영국 “동맹과 논의중”(종합)
- 법왜곡죄 1호 조희대…법조계 “재판 지연 등 혼란 불가피”
- 사우디서 軍수송기 타고 한국인 204명 귀국 중…오늘 韓 도착
- 바다속 지뢰 ‘기뢰(機雷)’…해군 ‘기뢰부설함’ 2척 운용
- “싸고 양 많은 게 최고?” 가성비 커피, 무작정 마셨다간
-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자영업자…1%도 안 되는 고용보험가입률
- ‘순교자’ 된 이란 초등학생···미군 오폭, 무엇이 문제였나
- ‘4세·7세 고시’ 금지 앞뒀지만…“사교육만 죄나” 학부모들 술렁
- 무려 150억 걸었다...미국이 잡기 위해 현상금 건 ‘요주의 인물’
- 홍콩 투자자들도 쓸어담은 ‘삼전·하닉 2배’ ETF…옵션 추가로 운용 다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