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천 오폭 1년…주민들 “깜짝 놀라고 잠 못 잔다”
이동면 노곡 2·3리 마을회관서
재난 심리지원 안내·상담 진행
국가트라우마센터 직원 파견
개별 상담…호흡·명상법 교육
트라우마 '중증 이상' 주민 속출
추가 지원 호소…道, 방안 없어

지난 13일 오후 1시쯤. 포천시 이동면 노곡3리 마을회관에 어르신 4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기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이들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근심과 기대감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모두가 착석하자 정신건강 전문가 5명이 설명 및 상담을 시작했다. 포천시가 오폭 사고 1주기 시점에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재난 심리지원 안내 및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 직원도 파견됐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직원이 "사고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고 묻자, 주민들은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잠자는 게 힘드냐"는 질문에는 7명이, "가슴이 벌렁거리거나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0여 명이 "그것도 있지" 말하며 손을 들었다.
적극적으로 나서 불안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노곡2리 마을회관에도 3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념일 반응을 예방하는 호흡 및 명상법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육을 맡은 직원은 "사고 당시 느꼈던 소리나 공포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일상에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난 이후 흔히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니터 화면을 통해 '기념일 반응'과 트라우마 증상을 설명하며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반대편 방에서는 주민들의 심리상태를 진단하는 개별 상담이 이어졌다. 복지센터 상담사 3명은 각각 테이블에 앉아 주민들을 한 명씩 맞았다. 상담은 1인당 10~20분 정도 이뤄졌다.
주민들은 상담사들과 함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및 신체, 정서 관련 각종 증상을 측정하는 설문을 차근차근 작성해 가며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사들은 점수에 따라 현재 증상을 설명한 뒤, 위험군으로 분류될 경우 추가 상담이나 치료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트라우마 반응이 비교적 높은 '중증' 수준 이상으로 분류되는 주민들이 속출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동의 하에 '지속적인 상담 지원을 바란다'고 답했다.


재난 심리지원 시스템에 대해 안보람 포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사고 이후 재난 심리지원은 매뉴얼에 따라 3·6·9개월 주기로 주민 상태를 확인하며 진행하고 있다"며 "일정 기간 상담과 평가를 통해 일상 회복이 확인되면 주민과 상의해 상담을 종결하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다시 연락해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심층 상담이 필요한 주민에게는 추가 상담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담만으로 어려운 경우 정신과 치료 필요 여부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치료비 지원은 경기도 정신질환 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연간 약 36만원 수준으로 제한돼 있고, 재난 피해 주민이 별도 제도로 관리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추가적인 지원을 호소하는 현장 분위기와 달리, 경기도 차원의 방안은 추진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1차 재난지원과 군 협력 지원은 이미 진행됐고, 현재는 포천시와 함께 상황을 보면서 주민 건의사항을 관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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