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주유소 최고가격제 사흘째…"휘발유 내리긴 했어도 아직은 비싸다"
휘발유·경유 평균가 여전히 1천800원대
10일 고점 대비 50~100원↓…체감폭 적어
주유소 "고가 재고 남아 즉각 인하 어려워"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하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단기간에 치솟았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다소 꺾이긴 했지만, 광주·전남 지역 주유소 판매가격은 여전히 1천800원대를 웃돌고 있어서다. 일부 주유소에서만 1천700원대 가격표가 등장했을 뿐, 대부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내리긴 했지만 아직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인 15일 광주 지역 주유소 평균 기름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광주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2.24원 내린 ℓ당 1천817.12원, 경유는 2.76원 떨어진 1천817.31원을 기록했다. 전남 역시 휘발유 평균 가격은 3.33원 내린 1천839.78원, 경유는 4.45원 하락한 1천844.88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주유 현장에서는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더디다"는 반응이다.
이날 광주에서 휘발유를 ℓ당 1천795원에 판매하는 한 주유소에서 만난 김상규(30)씨는 "올라갈 때는 100원, 200원씩 순식간에 뛰더니 내려갈 때는 10원 안팎씩 너무 천천히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그래도 정부가 빨리 대응해서 2천원을 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은 것 같아 그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체감 괴리는 최고가격제의 적용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0시를 기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 상한을 휘발유 ℓ당 1천724원, 경유 ℓ당 1천713원으로 설정했다. 공급 단계에서 가격 급등을 막아 소매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유사 공급가격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실제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마주하는 판매가격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가격에 카드 수수료, 임대료, 인건비, 물류비, 운영비, 일정 수준의 마진 등을 반영해 판매가격을 정한다. 결국 도매 상한이 생겼다고 해도 주유소 판매가격이 즉각 1천700원 초반대로 내려가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이미 고가로 들여온 재고가 남아 있는 경우, 기존 물량을 소진하기 전까지는 가격 인하 폭을 크게 가져가기 어렵다.
현장 주유소 업주들도 같은 이유를 들고 있다. 나주 산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 가격을 1천700원대로 낮추긴 했지만 사실상 손해를 감수한 결정"이라며 "이전 가격에 들여온 재고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가격을 크게 내리면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재고를 빨리 털기 위해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빨리 안 내리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소매 판매 현장에서는 재고와 비용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체감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고가격제가 단기 급등을 억제하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기대한 수준의 즉각적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해서다. 결국 가격표 숫자가 소폭 내려간 것만으로는 생활비 부담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급등 국면에서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선 만큼 앞으로는 공급가격 통제에 그치지 않고 재고 반영 속도와 유통 단계별 가격 전가 과정까지 면밀히 살피는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며 " 1천800원대가 일상이 된 시장에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숫자의 소폭 하락이 아니라, 여전히 높은 기름값이 일상에 미치는 압박 그 자체"리고 꼬집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