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소통의 힘을 믿는 현대 사회철학 거장… 위르겐 하버마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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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세계 사상계를 풍미했던 독일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하버마스는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를 필두로 한 19, 20세기 사회학을 종합한 토대 위에 철학,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등을 망라한 독창적 사회이론을 구축, 독일은 물론 서구 지성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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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세계 사상계를 풍미했던 독일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의 저작을 다수 출간한 독일 출판사 수어캄프는 이날 하버마스가 독일 바이에른주 슈타른베르크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1929년 6월 라인주 뒤셀도르프에서 출생해 1954년 본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마르부르크대,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지난해에는 70년간 해로하며 세 자녀를 함께 길렀던 아내 우테 베셀회프트와 사별했다.
하버마스는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를 필두로 한 19, 20세기 사회학을 종합한 토대 위에 철학,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등을 망라한 독창적 사회이론을 구축, 독일은 물론 서구 지성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 비판이론의 산실인 프랑크푸르트대 사회연구소 일원으로 학문 경력을 시작해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 대표주자로 꼽히지만, 한동안 동료들과 비판적 거리를 두는 등 학파 울타리에 얽매이지 않았다. 칼 포퍼, 한스게오르크 가다머, 미셸 푸코, 존 롤스 등 동시대 석학들과의 논쟁도 피하지 않았다.
'의사소통 합리성'과 '생활세계 식민화'는 하버마스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주저 '의사소통행위이론'(1981)을 통해 소개됐다. 전자는 합리성은 주어진 게 아니라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때 비로소 성립하고, 인간은 상호이해를 이끌어낼 소통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췄다는 이론이다. 후자는 인간 세계가 의사소통 합리성이 가능한 '생활세계'와 돈과 권력이 도구적 합리성을 내세워 인간을 움직이는 '체계'로 이뤄져 있으며, 체계의 논리가 생활세계를 지배하면서 현대 사회의 병폐가 발생한다는 진단이 담겼다. 하버마스가 이처럼 언어와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이론을 수립하는 데에는, 여러 차례 수술에도 완치되지 않은 선천성 구순구개열로 인해 평생 언어 장애를 겪어야 했던 개인적 경험이 작용했다.
하버마스는 자신의 이론을 현대성, 공론장, 민주주의, 법치국가, 세계공동체 등 폭넓은 주제로 개진했다. 하버마스 이론을 전공한 김원식 박사는 "하버마스 사상의 핵심은 이성적 대화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며 "그는 합리적 대화를 통해 갈등을 넘어선 공존과 화해 가능성을 모색해왔고, 사회이론은 물론 민주주의 이론 역시 이런 근본 직관에 의거해 발전시켰다"고 분석했다. 서구 계몽주의를 현대사회가 계승해야 할 '미완의 프로젝트'라고 보는 그의 이론은 1980년대부터 유행했던 포스트모더니즘에 맞서 이성, 합리성과 같은 근대적 사유를 옹호하는 이론으로 각광받았다.
현실 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 독일 지성계에서 처음 주목받게 된 계기부터가 친나치 성향을 보였던 독일 철학 거장 마르틴 하이데거를 공개 비판한 일이었다. 1980년대에는 나치 통치와 홀로코스트를 독일 역사에서 예외적 국면으로 규정하는 일군의 독일 역사가들을 비판하며 이른바 '역사가 논쟁'을 주도했다. 이런 행보는 유소년기에 나치 지배와 2차대전 패전을 목도했고 종전 직전 나치 청소년조직 '히틀러유겐트'에 징집되기도 했던 그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68혁명 때는 학생운동을 '좌파 파시즘'으로 비판했다가 프랑크푸르트대를 잠시 떠나게 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국에는 1996년 보름간 방문해 대학 순회 강연을 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제자였던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200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되자 재판부에 석방 탄원서를 보내며 구명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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