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광주시, 플랙트 투자협약 돌연 연기 왜
투자 규모 확대·이사회 재편 ‘복합 요인’
지역엔 유리한 조건 시각…"결정 기다려"

삼성전자가 독일 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의 국내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광주시와 추진하던 투자협약을 돌연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와 삼성전자는 지난 4일 투자협약식을 열기로 했으나, 삼성 측이 지난달 27일 내부 사정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협약이 잠정 보류됐다. 양측이 보조금 규모 등 협의를 사실상 마친 상황에서 나온 돌발 연기인 만큼 지역 경제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삼성 내부의 사정으로 연기 되었다"며 "투자 규모 등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시 협약 체결을 요청하고 삼성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연기 사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 업계에서는 삼성이 연기를 요청한 시점에 주목한다. 협약 예정일 닷새 전인 지난달 27일,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9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발표했다. 삼성의 광주 플랙트 공장 투자 규모는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지만,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는 정부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의 분위기 속에서 삼성 측이 투자 규모와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은 플랙트 광주 투자를 언급하며 향후 5년간 국내 투자에 총 45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플랙트는 글로벌 선두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협업해 공기 냉각·액체 냉각을 아우르는 AI 데이터센터용 장비와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즉 광주 생산라인 건립을 통해 국내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기에 삼성이 지난 9일 플랙트그룹 이사회를 DX(Device eXperience) 부문 핵심 임원들로 전면 재편한 것이 협약 연기와 연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 M&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하만 통합을 직접 이끈 윤준오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한 데 이어, 가전 전략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철기 부사장과 에어솔루션 전문가 임성택 부사장, 생활가전 지원팀장인 심재현 부사장도 이사회 멤버를 겸직하게 됐다. 이들은 삼성의 AI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플랙트의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기술 시너지 창출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사회 재편을 두고 플랙트그룹을 단순 자회사가 아닌 하만처럼 삼성 DX 부문의 미래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한다. 협약 연기가 단순한 일정 조율이 아니라 광주 생산라인의 투자 규모와 위상을 삼성전자 전략 방향에 맞게 재설계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미 광주에 제3공장 부지 등 기존 가전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AI 생태계 구축을 추진 중이어서 플랙트 생산라인 입지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도 내년 말에는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는 일정상의 압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협약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조 4천억 원을 들여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2030년까지 62조 원 규모로 성장할 AI·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광주시는 현재 공장 설립에 따른 행정 지원 방안을 준비하며 삼성 측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