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불장 찾아왔지만…품목별 시세 등락 심해 '사이클' 잘 올라타야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2022년 상황을 연상시키고 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물가가 급등하자 주식·채권 포트폴리오가 100년 만에 최악의 성과를 냈다. 반면 원자재는 홀로 오름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 주목받았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흐름을 대표하는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년 새 29%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금과 은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올해 3월부터는 원유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이란 전쟁이 전개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기는 등 급등세를 나타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2022년을 계기로 기존의 주식·채권 전통 포트폴리오에 대체투자를 더해 주식·채권·대체투자 3분할 방식으로 본격 업그레이드했다. 대체투자에는 사모자산·헤지펀드 등이 포함되지만 개인투자자 접근성이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원자재는 주식시장에 여러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가 있어 굳이 선물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원자재 투자는 최근 월가의 최대 화두와도 결이 맞다. 우선 현금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하는 투자전략,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금융자산보다는 실물 기반 자산을 보유하라는 '헤일로(HALO·장수형 실물자산)' 투자전략에도 들어맞는다.
다만 원자재 투자는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가 너무 많고 변동성이 심해 투자 난도가 높다. 포트폴리오의 주력 자산보다는 보조 자산으로 활용되는 이유다.
원자재 시장은 고유의 사이클을 지니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원자재는 유동성이 발생할 때 귀금속·비철금속·에너지·농산물 순으로 시차를 두고 상승한다"고 말했다.
유동성 흡수 속도가 빠른 귀금속이 가장 먼저 뛰고, 유동성 효과로 경기 개선 기대감이 나오는 시기에는 비철금속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실제 경기가 개선세를 나타내면 에너지의 시간이 오며 원자재 랠리의 파티가 끝나갈 때 즈음에는 농산물이 무대에 오른다.
상품별 특징과 가격 결정 요인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고대부터 화폐와 재산 비축의 수단으로 쓰였다. 현금과 비교될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금값은 금리와의 상관관계가 높다. 금리가 낮을 때는 이자가 없는 금의 매력이 올라가고, 금리가 높을 때는 은행 예금이 유리해진다. 지정학적 불안이 커져도 금값이 상승한다.
은은 금과 같은 귀금속이지만 산업금속이기도 하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쓰인다. 금 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 적은 자금 유출입에도 가격이 요동친다.
백금(플래티넘)과 팔라듐도 귀금속인 동시에 산업금속이다. 백금은 금과 함께 최고급 시계나 반지 같은 고급 주얼리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촉매 변환기)에 활용된다.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된다.
팔라듐도 내연기관차의 촉매로 쓰인다. 수요의 80% 이상이 자동차 산업에서 나온다. 전 세계 공급량의 40% 이상을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비철금속인 구리와 알루미늄은 산업용 금속의 핵심이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기와 밀접한 관계라서 중국의 부동산 경기, 공장 가동 상황 등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리는 전선과 배관을 시작으로 건설·제조·정보기술(IT)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경기 호황, 떨어지면 불황을 예측하는 경제지표 성격이 있어 '닥터 코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알루미늄은 흔한 금속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가 필요해 전기에너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강철보다 가볍고 녹슬지 않아 항공기·자동차 차체 등에 쓰인다. 구리값이 너무 비싸지면 전력 송전선 등에서 구리가 알루미늄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이번 이란 사태로 카타르와 바레인의 주요 제련소가 공급을 중단하자 가격이 뛰기도 했다.
원유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이 주요 지표다. 원유 매장량은 중동·미국·러시아 등 특정 지역에 쏠려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처럼 산유국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하면 가격이 치솟는다. 반대로 셰일가스 혁명 같은 새로운 채굴 기술이 도입되거나 경기 침체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줄면 가격이 하락한다.
천연가스는 운송의 어려움으로 지역별 가격차가 크다. 주로 난방과 발전에 사용돼서 계절과 날씨가 강력한 가격 변수다. 예컨대 기록적인 한파가 오면 난방 수요가 폭증해 가격이 상승한다. 매주 발표되는 미국의 천연가스 재고량이 예상보다 적으면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우라늄도 최근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우라늄은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연료로, AI 시대 전력난을 해결할 전략 원자재로 평가받는다. 카자흐스탄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옥수수·밀·대두·오렌지주스 등 농산물은 복잡한 변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우선 광범위한 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주산지의 수확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른다. 또한 농기계 연료나 비료가 농산물 생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원유나 천연가스가 오르면 가격이 상승한다. 경작 면적 변화, 지정학적 위험, 식량 보호주의에도 영향을 받는다.
한편 원자재 ETF에 투자할 때는 세금 등 각종 비용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에 상장된 원자재 ETF는 국내 상장 해외주식 ETF처럼 매매차익에 15.4%가 과세된다. 이에 절세 계좌를 활용해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 상장 원자재 ETF가 공개 거래 파트너십(PTP)에 지정됐다면 매도액의 10%가 과세될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다만 PTP 종목 중에서도 유예되는 상품이 많아 기한을 잘 확인해야 한다. 이 밖에 선물형 원자재 ETF는 월물 교체(롤오버) 비용이, 현물형 원자재 ETF는 보관 비용이 든다.
[정재원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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