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 심장’ 하르그섬 공습…미, 호르무즈 봉쇄 풀 지렛대로

김지훈 기자 2026. 3. 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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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미국과 이란이 주말새 상대편의 주요 석유 수출 기지들을 타격했다.

미국이 먼저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기지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대거 타격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항구 공격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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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기지 타격 공세 수위 높여
2일(현지시각)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이 촬영한 이란 하르그섬의 모습. AFP 연합뉴스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미국과 이란이 주말새 상대편의 주요 석유 수출 기지들을 타격했다. 미국이 먼저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기지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대거 타격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항구 공격으로 맞섰다. 미국은 하르그섬의 석유 시설은 공격하지 않았는데, 향후 대이란 압박 카드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각) 미 중부사령부는 엑스에 “어젯밤 하르그섬에 있는 90개 이상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하르그섬의 이란 해군 기뢰 저장시설과 미사일벙커 등 군사 시설을 대상으로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하르그섬은 이란의 최대 석유 터미널로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이뤄지는 이란 경제의 핵심 요충지로 ‘보물섬’이라고 불린다. 여의도 면적의 7배가량(면적 23㎢)의 산호섬으로 페르시아만 북쪽 이란 해안에서 25~43㎞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란 아흐바즈, 마룬, 가츠사란에서 생산된 석유가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섬으로 옮겨져 대규모 저장 시설에 보관된 뒤 유조선에 실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한 자스크에도 석유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지만, 처리 용량이 하루 100만배럴로 하르그섬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이란 하르그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과를 방해한다면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기로 한) 이 결정을 즉시 재고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르그섬을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이날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섬을 “재미 삼아 몇 번 더 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하르그섬의 원유 터미널이 공격받으면, 이란 유전 전반에 걸쳐 생산이 중단돼 100달러를 넘은 국제 유가가 150달러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하르그섬 공격에 이란은 중동 내 미국 자산이 아닌 일반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처음으로 공개 경고하고 보복에 나섰다. 로이터와 아에프페(AFP) 통신 보도를 보면, 이란군 중앙사령부는 14일 “중동 내 기지가 파괴된 미국이 아부 무사, 하르그 등 우리 섬을 공격했다”며 “이란은 아랍에미리트 내 주요 항구, 부두, 그리고 도시 곳곳에 숨겨진 미군 미사일 발사기지를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시간 뒤인 이날 오전 푸자이라 항구 인근에서 무인기가 요격됐고, 그 잔해로 화재가 발생해 원유 선적이 중단됐다. 푸자이라항은 호르무즈해협 밖 인도양으로 통하는 오만만에 있어,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유전과 400㎞에 달하는 육상 송유관으로 이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미 해병대의 중동 파병 소식이 전해져 이목이 쏠린다. 미 주요 언론들은 13일 일본에 있던 제31 해병원정대 소속 해병대원 2500명과 미 해군 상륙함 트리폴리함이 중동으로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해병대가 이란 주변까지 오는데 일주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 해병대가 이란의 돈줄을 죌 하르그섬 점령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보수 성향의 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루빈 선임연구원은 카르그섬 점령이 “당연한 일”이라며 미군이 공격받을 수 있지만 이란의 군사비 조달 능력을 차단하는 등 상당한 전략적 이점 제공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해병대 예비역 대령인 마크 칸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가는 해병대 파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르그섬 점령 선택지를 제공했다며, 점령에 성공하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어 좋은 선택지가 아니란 분석이 나온다. 칸시안 전 대령은 해병대가 호르무즈해협으로 진입해 하르그섬에 도착할 때까지 해안가를 따라서 있는 이란의 순항미사일·무인기·무인고속정 등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전적”인 작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선임연구원은 “섬 전체가 석유시설과 저장 탱크로 이뤄져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매우 어려운 곳으로, 전쟁 중엔 섬 장악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아에프페(APF)에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14일 엑스에 “(미국은) 지금으로선 보병을 분쇄기에 집어넣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며 “장군들이 망쳐놓은 걸 고치라고 불쌍한 젊은이들을 보낸 것이다. 이스라엘을 위해 죽어라!”라고 썼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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