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도 사람이다”…‘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아시나요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국내 이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이주민의 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전국이주인권단체 등 시민단체와 이주민 250여명은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여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주민은 토요일에도 일하는 사람이 많아 기념일 직전 일요일인 이날 행사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 도중 69명이 사망한 사건을 기리기 위해 유엔이 1966년 기념일을 공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주민의 체류권과 노동권, 여성·아동 권리 보장 등 폭넓은 권리 개선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취업자 가운데 이주노동자 비율은 3.2%에 불과한데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주민 비율은 10%를 넘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용허가제와 계절노동 제도 등 대부분의 이주노동 제도에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다”며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 조건,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와 괴롭힘, 저임금 강제노동 속에서 산업재해로 건강과 목숨을 잃는 이주노동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원인으로 ‘사람을 도구로 보는 인식’을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25세 베트남 여성 노동자 뚜안이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숨진 사건도 다시 상기했다. 나하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사는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필요할 때는 노동력으로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때는 단속과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정책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며 “우리도 일하고 세금을 내고 가정을 꾸리며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데 왜 여전히 차별과 멸시, 불평등을 겪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주민센터친구의 고광민 변호사도 “계절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력’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출신 국가의 경제 수준을 기준으로 사람의 권리를 낮춰 보는 태도가 바로 오늘날의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강태완씨의 어머니 엥크자르갈씨도 발언에 나섰다. 태완씨는 다섯 살 때 어머니와 함께 몽골에서 한국으로 와 20여년 동안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생활하다 어렵게 체류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취업한 지 8개월 만에 전북 김제의 한 공장에서 사고로 숨졌다.
국내에서 태어났지만 보호자의 체류 자격이나 법적 지위 때문에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미등록 이주 아동·청년’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되며 교육·의료·복지 등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엥크자르갈씨는 “아들 태완이는 비자를 받기 전까지 사람답게, 젊은이답게 살지 못했다”며 “아직도 한국은 태완이 같은 젊은이들이 살기 너무 힘든 나라”라고 말했다.

이주민을 향한 혐오와 폭력 문제도 언급됐다. 전춘화 다가치포럼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중국 동포를 향한 낙인과 가짜뉴스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존재를 부정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려는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반인권적 범죄”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과 정부청사를 거쳐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 앞에서 인종차별철폐협약 이행을 촉구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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