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 반려돌
신효정 기자 2026. 3. 15. 17:02

주머니 속에 손을 넣으면
만져지는 딱딱한 계절이 있지
아니, 강가에서 주워 온 돌이네
나는 그것을 반려라고 부르기로 한다
돌은 개처럼 짖지도 않고 어디로 달아나지도 않으므로 가장 완벽한 동반자다
그에게는 입이 없어서
내 이야기를 쏟아 넣기에 좋다
직장에서 깨뜨린 컵에 대하여 그 컵 속에 감춰둔 험담과 튀긴 침들에 대하여 오후 세 시의 견딜 수 없는 햇살에 대하여
그는 묵묵히 듣고만 있다
듣는다는 것은 단단해진다는 뜻일까 시멘트에 코를 박고 굳어가는 횡단보도 속 영혼들을 더듬다 보면 돌이 따뜻해진다
그가 내 체온을 훔쳐 갈 때마다 나는 그의 심장 박동을 느낀다 너무나 인간 같아서
당신은 크리스털의 효능을 믿습니까?
내 손의 맥박은 때로 위로가 된다
밤이 오면 나는 돌을 씻긴다 물속에서도 돌은 돌로 남는다 들키기 쉬운 돌처럼 새카만 밤에게로 우리가 간다 그러면 젖은 표면이 잠시 반짝인다 아마도 울고 싶은 표정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마음일까
나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며 내일은 더 멀리 산책을 나가자고 약속을 한다 돌에게는 입이 없고 나는 말이 없다 우리는 대답 대신 조금 더 무거워진다 더 가벼워지거나
강하라
●1998년 서울 출생
●202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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