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째 전쟁 '초강경' 이란, "적국 아니면 호르무즈 통과" 진짜 이유

양성희 기자 2026. 3. 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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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휴전은 없다" 강경 대응 한편, 전쟁 장기화 속 고립 피하려 '출구찾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오만 무스카트항에 한 유조선이 정박 중인 모습./사진=로이터


미국-이란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며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선 유화적 입장을 내놨다. 적국이 아니면 통과할 수 있다는 이른바 '부분 봉쇄'를 언급했다. 이란 또한 전쟁을 끝낼 출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MS나우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해 "사실은 (해협이) 열려있다"며 "적국과 동맹국에만 폐쇄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를 공격하는 적국과 그 동맹국의 유조선을 비롯한 선박의 통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지 다른 선박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적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가리킨다.

미국·이스라엘과 다른 나라를 분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유가가 폭등한 데 따라 전세계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태도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지난달 28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선언했고 이후 일대를 운항한 선박을 잇따라 공격했다.

실제 이란은 우방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문을 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인도 원유 선박은 이날 이란의 예외적인 허가로 해협을 통과했다. 또한 이란은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 선박에 대해 제한적으로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이미 해협 봉쇄 와중에 상당량의 이란산 원유가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에너지 정보업체들이 CNBC에 전하기도 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사진=로이터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지난 12일 AFP통신 인터뷰에서 "일부 국가가 해협 통과와 관련해 우리와 논의했고 우리는 그들과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운항 문제를 두고 이란과 협상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8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 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참고하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란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일종의 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선출 후 첫 번째 메시지(12일)에서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봉쇄가 길어지는 것은 이란에게도 부담이다. 당장 이란에 식량난이 닥칠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란 당국은 모든 식량 수출을 무기한 금지한 동시에 국민에게 사재기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이란은 국제사회 고립을 피하고 걸프국가들과 관계도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중국 등 5개국에 해협 봉쇄에 대응해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아라그치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라고 칭하면서 "미국의 적대국인 두 나라와 정치적, 경제적, 심지어는 군사적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군사 협력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바레인이 이란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걸프국의 이란 반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친이란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란을 향해 주변국 공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역시 "인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단지 미군 기지를 목표로 삼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활용해 주변국에 중재를 요구하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은 겉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고 배상을 비롯한 자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휴전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 시도에 나섰던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협상 와중 공격을 당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지만 비공식 회담(back-channel talks)에는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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