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1호 심판 사건’은?…적법 요건·보충성·헌법 쟁점 갖춰야

임현경 기자 2026. 3. 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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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재판소원 제도가 공포·시행된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가 지난 12일부터 시행되면서 접수 사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전원재판부에 올려 정식으로 심리할 ‘1호 심판 사건’은 무엇일지 이목이 쏠린다. 1호 심판을 헌재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재판소원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 헌재에는 재판소원 총 36건이 접수됐다. 헌재는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부칠 사건을 가린다. 헌재는 전원재판부에 사건을 회부하기 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해 사건을 각하할 수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의 사전심사 요건 기준을 세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전담 사전심사부를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헌법연구관들 8명으로 보강했고 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는 오는 20일 ‘재판소원 적법요건 심사방안’을 주제로 발표회를 연다. 꼭 필요한 재판소원 사건만 심리해 헌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기본적으로 재판소원 청구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건을 ‘1호’로 심리할 가능성이 크다. 개정 헌법재판소법을 보면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해야 한다. 이 중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 재판이 재판 소원 대상이 된다.

‘1호 접수’ 사건인 시리아 국적 외국인의 강제퇴거명령·보호명령 취소 사건은 사전심사에서 각하될 수 있다. 대법원판결이 지난 1월8일에 확정돼 이미 청구기간 30일을 지났기 때문이다.

재판소원 제기 전, 권리 구제 절차를 다 밟았는지도 중요 요건으로 꼽힌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는 헌법소원 청구 요건으로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른바 보충성 원칙이다. 법원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려면, 법원에서 거칠 수 있는 불복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호로 접수된 납북귀환 어부 유족들의 재판소원은 이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 2심 법원은 유족 측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는데, 유족 측이 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헌재는 재판소원 사건에서 보충성 원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적용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 요건을 모두 갖췄을 경우, 헌재는 사전 심사에서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각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 청구 요건을 갖췄다고 해도, 기본권이나 합헌적 해석을 다툴만한 사건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단순히 정치적으로 중요하거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는 이유만으로 전원재판부에 넘겨지진 않을 것”이라며 “많은 국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기본권의 문제나 헌법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건인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도 법원 재판에서 가려야 하는 법률 해석의 문제, 사실관계의 문제를 다투겠단 취지의 재판소원 사건보다 헌법적 쟁점이 있는 사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헌법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법원이 재판 당사자의 사정을 실질적으로 따져보고, 법률 취지에 맞게 합헌적 판단을 내렸는지 헌재가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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