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창·추교준〉이 기회에 새로운 교육자치, 민주시민교육을 상상하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가 곧바로 시큰둥했다. 광주와 전남을 가르는 행정 경계선을 지우면 뭐가 달라질까? 톨게이트 비용이 면제 되나? 그러다가 '교육 자치권 확대'라는 설명을 들었다. 귀가 솔깃해졌다. 아, 이 문제는 '우리가 어떤 지역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그 공동체를 떠받칠 교육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이 맥락에서 광주·전남 통합은 '민주시민교육을 실질화하고 교육 자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기대를 하고 교육자치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제왕적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한 교육의회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본으로 하는 지역 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외국인 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자율형고등학교 설립의 방식에 대해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 지역에는 초·중·고등학교를 아우르는 통합학교를 설치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차지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재정확보를 실질화 해야 한다' 등등.
필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교육자치가 '형식'이라면 학교 현장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은 그 '내용'일 것이다. 그럼 이번 통합에서 민주시민교육에 관해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
'여순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 등이 포함된 학교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을 4년마다 수립하고, 매년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이 통합특별법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기사 검색으로는 그 외의 구체적인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도 현장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겠지' 생각하고 넘어가려던 찰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윤석열·김건희 풍자 노래' 교사 백금렬 무죄 확정: 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2년 7개월 만"(오마이뉴스, 26.03.12) 재판부는 '공무원의 정치 활동 자유'와 '공무상 정치적 중립성'은 구별돼야 하며, 공직 수행과 무관한 개별 인격체로서 정치적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판결이었다.
현행법을 살펴보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밝히고 있으며(헌법 제31조)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교육기본법 제6조 제1항)
이 두 조항은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교육은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는 공적 제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에서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민주'의 차원에서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것이며, '공화'의 차원에서는 자율을 바탕으로 모두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민으로 가꾸어내는 일일 것이다. 자유로운 개인과 책임 있는 시민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지녀야 할 두 이름이다.
결국 교육은 한 사람을 문제를 잘 맞히는 기계로 길러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기 삶을 스스로 꾸리고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존재로 키워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민주시민을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이런 존재이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고 시민으로서 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주권자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의 본래적 목적에 따라 현실의 다양한 사회·정치적 요소를 교육의 형식과 내용 속에서 적절히 구성할 수 있는 교육자여야 한다.
다시 말해, 교사는 정치의 바깥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민주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며, 동시에 그 사회를 다음 세대와 함께 '앞서 사는 사람'(先生)이다.
이번 교육행정통합을 계기로 전남·광주의 교육자치라는 틀과 그것의 교육적 내실로서 민주 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더 나아가 교사 백금렬의 법정 투쟁으로 인해 '공무원의 정치 활동 자유'를 다시금 또렷하게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