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셀프 보수'...주총 앞 표단속 나선 기업들[only이데일리]

신하연 2026. 3. 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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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보수 책정’ 막히자...상장사 의결권 확보 잰걸음
대법 판례 이후 ‘이사인 주주’ 의결권 제한...'이사 보수' 주총 변수 부상
의결권 대리 모집 공시 전년비 20% 증가...코스닥이 대부분
형식적 안건에서 ‘주주 검증 대상’으로...“기업 설명 책임 커져”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통과되던 안건이 지난해 상장사의 지배주주가 자신의 보수를 직접 결정하는 ‘셀프 보수 책정’ 관행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 이후 실제 부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기업들이 의결권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주총회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이미지(출처=챗GPT)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 공시 수 비교. (그래픽=이데일리)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제출된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 공시는 총 142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44건 대비 약 24% 증가한 수준이다.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는 기업이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기 위해 대리 행사 권유를 할 경우 제출해야 하는 공시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공시는 488건에서 562건으로 74건 늘었고, 코스닥 공시는 656건에서 858건으로 202건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 276건 중 약 73%가 코스닥에서 발생해 코스닥 기업들의 의결권 확보 움직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인 주주 의결권 제한…주총 표 계산 달라져

특히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의 경우 주총 표결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대법원이 ‘이사의 지위를 가진 주주’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 사실상 이사인 주주가 이사진의 보수 한도를 승인하는 ‘셀프 의결’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을 중심으로 비교적 손쉽게 통과되던 안건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이사 보수 한도 안건 자체가 주주들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는 데다가 가결 여부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대주주가 대표이사나 등기이사로 참여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코스닥 기업의 경우 이러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보수 한도 안건이 소수주주나 기관투자자 판단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의결권 수임업체 관계자는 “올해 상법 개정 논의와 정부의 소수주주권 강화 기조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의결권 관련 문의 자체가 크게 증가했고 대부분의 수임업체가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수임을 맡은 상황”이라며 “그중에서도 상장사들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안건이 이사 보수 한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대법원 판례 이후 기업들이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상장사들은 의결권 수임업체를 통해 주주 위임장 확보를 검토하는 등 주총을 앞두고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기업의 경우 이사 보수 한도 안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워 의결권 대행업체와 접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비용 부담은 있지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의결권을 모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IR 담당자는 “이사인 주주의 지분이 의결권에서 제외되다보니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미리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을 둘러싼 긴장감은 코스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도 주주총회 소집 공고에서 보수 산정 근거와 지급 기준을 예년보다 상세히 설명하며 주주 설득에 나서는 모습이다.

◇“주주 납득 가능하게 설명해야”…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의결권 자문업계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이 올해 주총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언급한다.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는 “보수 한도 자체가 예민한 이슈가 되다 보니 주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보수 수준의 합리성과 적정성을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기존에는 실제 지급은 낮게 하더라도 한도는 무조건 높게 설정해놓는 경우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한도 자체도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라며 “보수 수준과 산정 기준에 대한 설명 요구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을 둘러싼 제도 변화가 기업 경영 방식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오너 경영인이 대표이사이자 등기이사로 참여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코스닥 기업의 경우 향후 지배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오너 경영인이 등기임원으로 경영을 하는 구조가 보편적이었는데, 제도 변화가 이어지면 향후 오너의 등기이사 참여 여부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이 주주총회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향후 주주와 기업 간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감사 선임 등 특정 안건이 주주 행동주의의 주요 타깃이었지만 앞으로는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이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신하연 (summer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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