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현장] 20년째 한끼 ‘5000원’…울산 노동자 밥심 지키는 ‘뚝심’
송충선 씨 부부, 치솟는 물가에도
단골 노동자들 위해 가격 동결
호텔 주방장 출신 아들 내외 합세
부모님 ‘착한 경영’ 철학 잇기로

"저희가 조금 힘들면 손님들이 가격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잖아요."
평일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 울산 남구 여천오거리 인근의 한 식당 앞으로 승용차, 트럭, 택시 등 다양한 차량이 주차하기 시작했다. 각자 다른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은 익숙한 듯 서로 "맛있게 드세요" 인사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이른 점심시간 '오픈런'으로 식당은 금세 만석을 이룬다. 이곳은 20년 가까이 한 끼 가격 '5,000원'을 고수하고 있어 인근 노동자들과 지역 택시기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식당이다.
지난 2008년부터 식당을 운영 중인 송충선(67)씨 부부에게 손님들은 '식구'나 다름없다. 손님 대부분은 인근 공장의 노동자들로, 10년 이상 식당을 찾는 단골들이다. 날이 갈수록 기름값, 재룟값 등 식당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쉽사리 한 끼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 준비된 음식은 닭볶음탕, 옛날 소시지, 쌈 채소, 어묵·버섯볶음 등이었다. 고된 노동으로 주린 배를 채우러 오는 손님들에게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은 필수다.
5,000원이라는 가격이라고 음식이 부실하지 않다. 매일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10가지가 훌쩍 넘는 다양한 반찬들은 이들 부부가 당일 새벽 농수산물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식재료로 요리되고 있다.
송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힘든 게 사실이다. 가스비나 기름값이 오르면 모든 가격이 다 올라간다"며 "그래도 시장 상인들이 저희가 5,000원에 팔아서 뭐 남냐며 채소 등을 덤으로 주시기도 하고, 택시 기사님들은 농사지은 것들을 주기도 하신다. 그렇게 유지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일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부부는 수십 년째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식당 운영으로 몸이 성한 곳이 없다. 특히 송씨의 남편은 식당 주변 공장으로 음식 배달까지 맡고 있어 골다공증, 관절염 등 치료도 받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본 아들 김현수(46)씨는 타지에서 호텔 주방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부터 고향인 울산에 돌아와 아내와 함께 부모님의 식당 운영을 돕는 중이다.
온 가족이 합세해 식당 운영에 나선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기름값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가족회의에서 가장 먼저 논의 된 것은 '가격 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부부는 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조금 힘들면 손님들이 가격 부담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오래된 이유였다.
아들 역시 부모님의 식당 운영 철학을 이어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씨는 "부모님이 연세가 있다보니 몸도 안 좋고 너무 힘들어하셔서 저한테 식당을 넘겨주려고 하신다"며 "아버지께서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식당이 있다고 착한가격업소 혜택도 안 받으시고 코로나 때 소상공인 지원금도 안 받으셨다. 부모님의 마음가짐처럼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지만 부모님에게 누가 되지 않게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입구에 마련된 매실차를 종이컵에 들고 식당을 나섰다.
한 손님은 "요즘 국밥 한 그릇도 만원이다. 솔직히 여기서 가격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음식도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하다. 오래오래 장사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